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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악조건 속 7천억달러 눈앞, 날아오른 'K수출'

62회 무역의날 맞아 수출기업 시상
시장·품목 넓혀 1조달러 시대 열길

[사설]악조건 속 7천억달러 눈앞, 날아오른 'K수출'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산업 역군 초청 오찬 행사에 입장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제62회 무역의날 기념식이 산업통상부와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한국 수출을 이끌어온 무역 유공자 598명과 1689개 기업이 상을 받았다. 무역의날은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1964년 11월 30일을 기념해 지정된 '수출의 날'이 전신이다. 그 후 수입의 중요성도 높아지면서 1990년부터 수출의날은 무역의날로 명칭이 바뀌었다. 무역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선 날은 2011년 12월 5일이다. 정부는 이때부터 12월 5일을 무역의날로 정하고 이날을 전후해 기념하는 자리를 이어왔다.

올해 수출 성과는 어느 해보다 값지다. 지난 11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6402억달러로 3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져 올해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록이 험난한 무역환경을 뚫고 일군 성취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미국 트럼프발 관세전쟁과 이로 인한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가 맹위를 떨치면서 세계 곳곳에 무역장벽이 강고해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미중 패권 싸움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악조건 속에서도 의연하게 길을 놓치지 않은 한국의 무역 역군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산업역군 초청 행사를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행사엔 1973년 포항 1고로 첫 쇳물 생산현장을 지킨 이영직씨, 1975년 국산차 1호 포니 탄생의 주역인 이충구씨, 구로공단 1세대 미싱사 강명자씨 등 9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이야말로 산업강국, 수출강국 한국의 숨은 공로자라는 사실에 토를 달 사람이 없을 것이다. 투철한 기술보국 의지로 실패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했던 이공계 인재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눈을 비비며 일했던 여공들, 모두가 우리의 수출영웅들이다.

수출은 그동안 양적·질적으로 큰 발전을 이뤘다. 가발과 봉제 제품이 주력이던 시절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다. 올해 '수출의 탑' 최고탑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기록적 수출실적을 낸 SK하이닉스가 수상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은 글로벌 빅테크의 주문 요청이 지금도 빗발친다. 세계의 수요를 한국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 제2, 제3의 HBM이 쏟아져 첨단 강국의 저력이 계속될 수 있길 기대한다.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 주력 제조업이 수출을 이끌어 왔지만 K푸드, K소비재의 최근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김과 라면, 뷰티 제품이 한류 바람을 타고 최대의 수출 성과를 일궈냈다.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과 사랑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새로운 수출원을 창출할 수 있고, 동시에 관광산업과 내수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과 정부가 함께 고민하기 바란다.

그러나 몇개 품목, 몇개 국가에 의존하는 수출구조는 바꿔야 한다. 제품과 시장의 다변화는 끊임없이 꾀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편중에서 벗어나 아세안, 유럽연합 등으로 시장을 넓히기 시작한 것은 벌써 숫자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수출 최전선에서 뛰는 기업들은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 등 애로사항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노란봉투법이나 법인세 인상은 말할 것도 없다. 먼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수출 1조달러 시대를 더 이른 시일 안에 달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