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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재무상 시장 개입 경고에 엔 환율 156엔대로 하락

日 재무상 시장 개입 경고에 엔 환율 156엔대로 하락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2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이 달러당 156.87엔으로 전거래일보다 0.60엔 하락해 거래되고 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이 투기적 엔 매도세에 '전례 없는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엔화 환율이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 기준 엔화 환율은 달러당 156.87엔으로 전날 종가 대비 0.60엔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가타야마 일본 재무상이 22일(현지시간) 한 인터뷰에서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전례 없는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엔화는 지난 19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의 발언을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하며 1% 넘게 밀리며 환율이 달러당 157엔 후반으로 치솟았다.

그는 최근 엔화 약세에 대해 "명백히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 투기적 움직임"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우리는 항상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유동성이 낮은 시점을 노린 투기 세력의 움직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또한 "(지난 9월 체결한) 미·일 공동 성명은 우리가 과도한 변동성에 대응할 자유로운 재량권을 가졌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추가적인 협상 없이도 필요 시 즉각적인 시장 개입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해당 발언 직후 달러당 157엔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엔화 환율은 일시적으로 156엔대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데릭 할페니 MUFG은행 글로벌마켓 연구책임자는 "일본 관료들이 '절대적 환율 수준'보다 '변동성(속도)'을 더 경계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용한 연휴 기간에 기습적인 개입이 단행될 가능성이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의 확장 재정 정책이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최근 물가 대책과 성장을 위해 18조3000억엔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내년도 예산안은 역대 최대인 122조 엔이 될 전망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122조엔 규모로 조정하고 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의 115조1000억엔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이달 23~24일 절충을 거쳐 26일 각의에서 결정된다.

국채의 상환이나 이자지불에 해당하는 국채비는 사상 처음으로 30조엔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채 신규 발행액은 올해(28조6000억엔)보다 늘어나지만 30조엔 이하로 억제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에 전날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27년 만의 최고치인 2.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가타야마 재무상은 "적극적 재정 정책으로 일시적인 재정 악화는 예상했던 바"라며, 향후 1~2년 내 투자 활성화와 세수 증대로 경제가 선순환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당국이 심리적 저지선인 160엔 선을 넘기 전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에도 일본 정부는 엔화 방어를 위해 약 1000억 달러를 쏟아부은 바 있다.

골드만삭스 재팬의 분석가들은 "재무상의 이번 발언은 단순한 구두 개입을 넘어 실질적인 '실탄' 사용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