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는 통일교 특검 의제를 두고 논의할 예정이다. 2025.12.2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세정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통일교 특검 제안을 전격 수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던 입장을 일주일 만에 뒤집은 것이라 통일교 유착 의혹이 여권보다 국민의힘에 더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차 종합특검'을 관철하기 위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춘 전략적 안배라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전날(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교 특검은 불가하다고 제가 말한 바 있지만 못 받을 것도 없다"며 전격 수용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의 특검 주장에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한지 딱 1주 만이다.
"꿀릴 게 하나도 없다" "국힘 쪽이 훨씬 곤란"민주당 지도부의 태도 변화는 최근 여론조사 등에서 확인된 높은 특검 찬성 여론과 '떳떳하다'는 판단이 맞물린 결과다.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심의 흐름) 그런 부분을 수용해야 앞으로 추진해 나갈 개혁과제들에 대해 국민의 신뢰도가 더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성윤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꿀릴 게 하나도 없다"고 자신했고, 김영배 의원도 KBS라디오에 출연해 "향후 진실을 규명해 보면 알겠지만 국민의힘 쪽이 훨씬 더 곤란한 입장이 아닐까"라고 내다봤다.
특히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통일교가 윤석열 전 대통령 측에게 집중적인 지원을 했다고 주장하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영진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결정적인 건 통일교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지원을) 했고, (국민의힘과 비교하면) 민주당은 9대 1, 8대 2 정도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발의된 2차 종합특검법의 통과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도 읽을 수 있다. 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가 발의한 2차 종합특검법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한다는 명분 아래 총 14개 항목을 수사 대상으로 담았다.
박 원내수석은 '통일교 특검과 2차 종합특검을 같이 처리한다는 게 당의 방침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빨리 진행하는데 있어선 그게 가장 합리적이지 않나"라며 "가장 모양새가 좋고 현실적으로 필요한 안"이라고 답했다.
특검 추천방식·수사범위 '입장차' 계속다만 특별검사 추천 방식과 수사 범위를 둘러싸고 여야 사이 상당한 파열음이 예상된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특검 추천권을 주는 방안을 합의했으나 민주당의 고심은 깊다. 전날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에서도 이견만 확인한 채 각자 법안을 발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박 원내수석은 "조희대 사법부에 특검 추천을 맡긴다는 건 국민이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여야가 1명씩 추천하고, 제3의 기관에서 1명을 추천해서 3명 중 1명을 고르는 게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방식이라면) 어느 쪽도 불리하거나 유리할 게 없다"면서도 "하나의 대안이지 그렇게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수사 범위에 대한 시각차도 뚜렷하다. 야권은 민중기 특검의 수사 은폐 의혹도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나 민주당은 이를 '물타기'로 규정하고 있다. 대신 통일교뿐 아니라 신천지 의혹까지 국민의힘과 연계된 종교 조직의 선거 개입·당원 가입 의혹 등을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수석은 "종교가 정치에 개입해 헌법 정신을 위배한 문제가 결국 이 특검의 본질"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의원도 "특검을 해서 명명백백히 밝히고, 통일교뿐만 아니라 신천지 의혹까지 모두 다 몰아넣어 가지고 제대로 수사를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특검에 대한 특검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특검 추천과 관련해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여야에서 각자 추천해 임명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각자 특검을 발의해서 여야 협상으로 정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교 특검과 2차 종합특검이 연동되면서 연말 정국은 거대 특검 정국으로 진입했다. 두 특검을 둘러싼 여야의 수싸움이 연말 정국의 최대 변수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사 결과가 미칠 정치적 파급력은 여야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대목이기도 하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는 특검이 반복되는 데 따른 피로감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김영진 의원은 "우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서 법도 개정을 했는데 계속 특검의 일상화, 특검 만능화는 사실 안 맞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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