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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오는 고환율·RW 조정···은행 자본비율 저하 어쩌나 [한은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한은, 2025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발표 환율 상승→ RWA 확대→ 자본비율 저하 내년 주담대 RW 하한 상향도 부담 요인

닥쳐오는 고환율·RW 조정···은행 자본비율 저하 어쩌나 [한은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금과 같은 달러 대비 원화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은행 자본비율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신규대출 취급분에 대한 위험가중치(RW) 하한이 높아지는 점도 자본비율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됐다.

23일 한은이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환율 요인이 국내은행 자본비율을 전분기 말 대비 0.2%p 하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 상승 폭이 컸던 지난해 4·4분기 중에도 은행의 자본비율이 큰 폭으로 내린 바 있는데, 환율 기여도가 상당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위험가중자산(RWA)은 금융사가 대출해준 돈이나 투자한 증권 등 보유 자산을 차주 신용이나 담보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해 산출한 지표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은행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증가하고, 통화파생거래 신용위험이 증가하면서 신용 RWA가 확대되고, 이는 자본비율에 하방 압력을 가하게 된다.

환율 위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달 12일 종가 기준 1481.00원에 마감하며 지난 4월 9일(1484.10원) 이후 8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미투자와 외국인의 대규모 국내주식 매도, 국내투자자의 해외증권투자 지속으로 수급 요인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이 같은 오름세는 효과적으로 차단되기 어려운 형편이다.

여기에 내년 신규대출 취급분에 대한 RW 하한이 현행 15%에서 20%로 높아지는 점도 은행 자본비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1년간 주담대 신규대출 및 상환 규모가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하한을 5%p 높였을 때 국내 시중은행 주담대 RWA는 8.3%p 오르고, 자본비율은 0.08%p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부터 RWA 하한이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그간 내부모형 적용에 따른 RWA 축소 효과가 컸던 은행의 경우 추가 가산될 것”이라며 “지난 9월 말 기준 RWA를 보면 표준방법 RWA 규모 대비 70%로, 하한 상향 시 대형은행 다수가 하한에 미달하면서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기업들 대내외 경영여건 악화도 은행 자본비율을 끌어내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지난 9월말 기준 국내은행 기업대출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72%로 집계됐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들 자산건전성 저하는 대손비용 증가 및 수익성 악화를 통해 자본 적립을 제약하는 동시에 부도율 상승 등으로 신용 RWA를 늘림으로써 자본비율 하락을 이끈다”고 짚었다.

한은은 이에 은행들을 향해 현재 진행 중인 경영 여건 및 자본규제 변화 등에 대응해 신용위험 및 적정 자본비율 관리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당국도 자본규제 변화,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은행권 자산건전성 및 자본비율 관리 상황 등을 점검해 나가야 한다”며 “주담대에 대한 신용집중 완화가 기업부문으로의 신용공급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체계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