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감독' 김연경부터 박세리·추신수의 야구단까지
레전드 스타들, 예능판에서 '진짜 승부' 겨룬다
단순 오락 넘어 땀과 눈물의 성장 서사에 열광하는 시청자들
신인 감독 김연경과 그의 제자 인쿠시(오른쪽)
[파이낸셜뉴스] "대본은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제부터는 진짜 전쟁이다." 대한민국 스포츠 레전드들이 안방극장을 '태릉선수촌'으로 만들고 있다. 은퇴 후 우아하게 방송이나 할 줄 알았더니, 땀복 입고 호루라기 불며 현역 때보다 더 독한 눈빛을 쏘아댄다. 배구 여제 김연경, 국보급 센터 서장훈, 골프 여왕 박세리까지. 이들이 보여주는 건 예능이 아니라 '다큐' 혹은 '스릴러'다.
김연경의 살벌한 '배구판 오징어게임' 2024-2025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난 '영원한 캡틴' 김연경이 마이크 대신 작전판을 들었다. MBC '신인감독 김연경'에서 그녀는 오합지졸 '필승 원더독스'를 맡아 제8구단 창단을 목표로 지옥 훈련을 지휘한다. "웃어? 장난 같아?" 김연경의 불호령에 방출 선수, 실업팀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예능이라 생각하고 들어왔던 시청자들은 피와 땀이 튀는 훈련 과정에 "배구가 이렇게 처절한 스포츠였냐"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추신수.뉴시스
가장 충격적인 조합은 채널A '야구여왕'이다. '맨발의 투혼' 박세리가 골프채를 던지고 야구단 단장 명함을 팠다. 여기에 감독은 '추추 트레인' 추신수다. 종목도 파격적이다. 신수지(리듬체조), 김민지(육상), 정유인(수영) 등 타 종목 피지컬 괴물들이 야구 배트를 휘두른다. "공놀이가 제일 쉬웠어요"가 통할까? 천만의 말씀. 추신수의 현미경 지도 아래 흙바닥을 구르는 여성 스포츠 스타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적인 드라마다.
만 살았던 거인의 귀환 예능에서 입담만 과시하던 서장훈도 SBS '열혈농구단'을 통해 본업으로 돌아왔다. 샤이니 민호 등 연예계 농구 고수들을 데리고 아시아 국가대항전에 나선다. 코치 전태풍과 함께 벤치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서장훈의 모습에서 예능인 서장훈은 온데간데없다. 승리를 위해 눈에 불을 켠 '국보급 센터'만 있을 뿐이다.
열혈농구단.뉴스1
'리얼'에 열광하는 팬들 '최강야구'가 쏘아 올린 공은 이제 방송가 전체를 집어삼켰다. 복싱(무쇠소녀단2, 아이엠복서), 마라톤(뛰어야 산다2) 등 종목도 가리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깔깔거리는 웃음을 원하지 않는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는 '날것'의 서사에 목말라 있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쓰기 위해 은퇴 후 편안한 삶을 반납하고 다시 사서 고생을 선택한 레전드들. 그들의 진심이 통했기에, 팬들은 오늘도 리모컨을 놓고 주먹을 쥐며 그들을 응원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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