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전경. 뉴시스
정부가 반(反)덤핑 관세 부과 기준과 관련해 가격 덤핑 여부뿐 아니라 산업·경제 전반의 영향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제도 운용 방식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 등 제3국의 저가 물량이 국내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반덤핑 관세를 보다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8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반덤핑 제도 고도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덤핑 제도는 외국 기업이 정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수출해 국내 산업에 피해를 줄 경우, 그 차이만큼 관세를 부과해 공정한 경쟁 여건을 회복하는 제도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이 명시적으로 허용한 범위 내에서만 발동되는 합법적 무역구제 수단이다.
최근 세계 각국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자국우선주의 확산과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기능 약화가 맞물리면서, 통상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반덤핑 관세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통상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반덤핑 관세 활용에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처럼 국가안보나 환경 규제 등을 명분으로 한 새로운 관세 수단을 적극 도입하기보다는, 규범 준수국으로서 WTO 규범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만 무역구제 제도를 운용해 온 것이다.
문제는 주요국이 반덤핑 관세를 적극 활용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제도 운용에 소극적일 경우, 저가 덤핑 물량이 한국 시장으로 집중 유입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대미 수출이 위축된 중국 등 제3국의 저가 물량이 한국 시장으로 대량 유입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반덤핑 제소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기업의 반덤핑 제소 건수는 12건으로, 종전 최대치였던 2002년(11건)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8건은 중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한 제소다.
광섬유와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필름, 산업용 로봇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이미 무역당국이 산업 피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산업의 정당한 보호를 위해 반덤핑 관세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제도 운용을 손질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기재부는 관세 부과가 소비자와 수요 산업, 지역경제, 전략 산업 등 우리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심사해 관세율과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검토 리스트에 올렸다. 그간 덤핑 사실과 산업 피해에 초점을 맞춰 제도를 운용해 왔지만, 향후에는 경제 전반의 파급 효과를 함께 따지는 방식으로 운용 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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