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대표 "여러 선택지 준비"
대체 관세 조항 여럿 있지만
광범위하게 신속 적용 못해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위법성 판단을 앞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설령 불리한 판결이 나오더라도 관세부과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막히면 다른 무역 법률을 동원해 관세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사법부 판단과 무관하게 '관세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트럼프식 통상 전략'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백악관 "패소해도 다음 날 다시"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불리한 판결이 나오더라도 행정부는 곧바로 다음 날부터 관세를 다시 세우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지적해온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어는 대법원이 트럼프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낙관하면서도 "여러 선택지가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대통령은 앞으로도 무역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관세를 활용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계속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염두에 둔 대안은 △무역법 301조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122조 △스무트-홀리 관세법 338조 등이다. 다만 이들 법안은 IEEPA처럼 대통령이 즉각 서명해 다음 날부터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위반했거나 미국 기업에 부당·차별적 관행을 저질렀을 경우 보복관세를 허용한다. 그러나 USTR의 공식 조사가 선행돼야 하며 통상 9~12개월이 소요된다. 사유와 절차가 명확히 요구되고, 관세가 유지되는 동안에도 정기적으로 필요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중국의 기술이전·지식재산권 정책을 문제 삼아 301조 관세를 부과했고, 이후 바이든 행정부도 일부 조치를 유지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지만, 상무부의 공식 조사와 보고서가 필수다. 조사 개시 후 상무장관은 최대 270일 이내에 대통령에게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232조는 특정 국가 전체가 아니라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산업 단위 규제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광범위한 관세를 신속히 적용하기는 어렵다.
■법적 대안 있어도 '속도·범위' 제약
무역법 201조 역시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수입 증가로 미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경우 관세부과를 허용하나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사와 공청회, 공공 의견 수렴이 의무다. 조사기간은 최대 180일이며 관세율도 기존 관세보다 최대 50%p까지만 인상할 수 있다. 부과기간 역시 최초 4년, 최대 8년으로 제한된다.
무역법 122조는 국제수지 위기 대응을 위한 긴급 권한으로 관세율은 최대 15%, 부과기간은 150일로 제한된다. 그 이상 유지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실제 사용된 전례가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최근 트럼프의 IEEPA 관세를 둘러싼 소송에서 미 국제무역법원(CIT)은 "무역적자 시정을 위한 관세라면 IEEPA가 아니라 122조의 권한 범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해 논란을 키웠다.
대공황 시기 제정된 스무트-홀리 관세법 338조 역시 이론적으로는 보복관세를 허용하지만 실제 적용 사례가 없어 법적 분쟁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상대국이 미국을 차별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연방대법원의 판단이 트럼프식 '관세 정치'의 제도적 한계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계속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만, IEEPA 외 법안만으로는 속도와 범위 모두에서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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