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갚은 대출 4년 만에 49% 증가
과당경쟁 정비하고 재기 지원해야
시중은행의 대출 연체가 늘고 있는 것은 한계상황에 빠진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전국 자영업자 수는 562만 명으로 전년보다 3만8000명 줄었다. /사진=뉴스1
시중은행의 대출 연체가 급증하면서 건전성 관리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최근 4대 금융지주회사가 공개한 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에서 연체기간이 1~3개월인 요주의여신 규모는 7조9000억원을 넘었다. 이 같은 연체 규모는 전년에 비해 11%, 2021년에 비해 49% 늘어난 것이다. 부실이 더 심한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 규모도 작년 말 기준 4조5000억원으로 4년 만에 최대였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이 올린 순이익은 14조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출이 급속도로 늘었고, 예대금리 차에 편승한 이익이 확대된 결과다. 문제는 정상적인 대출만 늘어난 게 아니라 상환 가능성이 낮은 부실대출도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그 여파로 은행이 대출 부실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능력이 떨어지고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
은행의 대출 연체가 급증한 것은 위기에 빠진 자영업자들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자영업자는 562만명으로 1년 전보다 4만명 가까이 줄어 2020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자본과 경험이 부족한 청년 사업자들이 진입장벽이 낮은 숙박·음식점업과 운수·창고업에 뛰어들었다가 폐업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은퇴연령층 역시 생계형 창업에 나서지만 더 이상 버티기 힘든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 자영업이 특정 업종에 몰렸다가 부실에 빠지는 악순환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카스텔라, 버블티, 탕후루 등 유행업종과 관련한 창업이 급증했다가 수요가 식으면서 연체와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가 폐업할 당시 평균 부채가 1억원을 넘고 폐업비용만 2000만원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알고도 근본적 개혁에 나서지 못한 것은 정책 수단과 재원의 한계 때문이다. 경기둔화 속에 생계형 창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진입을 과도하게 억제하거나 업종별 구조조정을 강하게 추진할 경우 실업과 소득 감소 우려가 컸다. 은행 역시 규제와 지원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자영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은 금융 건전성 관리와 실물경제의 안정적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자영업 부실은 금융권 연체와 충당금 증가로 이어져 은행의 대출 여력을 약화시키고, 이는 다시 기업과 가계의 자금난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과잉 창업과 저수익 구조가 지속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내수 기반도 흔들린다.
정부는 정책금융을 활용해 취약차주의 충격을 완화하는 동시에 과당경쟁 업종을 정비하고 자영업자의 재기와 전환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은행은 상환능력 중심의 심사와 채무조정을 강화해 부실을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 민관이 위험을 분담하며 자영업 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할 때 포용적 금융도 지속가능해질 것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