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가능 국가' 개헌선까지 확보
첨단산업 등 경협 강화에 손잡아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8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들의 이름을 표시하는 핀을 꽂으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8일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했다. 총리직을 걸고 전격 단행한 중의원 해산 승부수가 역대급 승리로 끝나면서 다카이치 총리의 정국 장악력은 더 커지게 됐다. 선거 결과 자민당은 전체 465석 중 3분의 2를 웃도는 316석을 차지했다. 자민당 단독으로도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수준이다. 단일 정당이 중의원에서 의석 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것은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 스승 아베 신조 전 총리도 2012년 재집권 이후 매번 자민당 대승을 이끌었지만 의석 300석을 넘기지 못했다.
젊은 층까지 파고든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와 높은 내각 지지율이 선거 승리를 이끌어냈다. 자민당이 유튜브 계정에 올린 '다카이치 총재 메시지'는 조회수 1억회를 기록했다. 정치 영상으로는 이례적이다. 총리가 유세를 위해 이동한 거리도 1만2000㎞가 넘었다고 한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아이돌 가수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유세 현장이었다고 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해산 직후엔 부정적인 여론도 적지 않았으나 '강하고 풍요로운 일본'을 외치며 판세를 바꿨다. 해외 언론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대만해협 갈등, 안보 불안에 대한 다카이치의 단호한 대응이 국민적 지지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불안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실존적 위협을 느낀 일본 국민들이 다카이치 주변에 결집한 것이라는 평가였다. 책임 있는 적극 재정, 대담한 투자 등 강한 경제에 대한 메시지도 표를 자극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강한 일본을 밀어붙일 것이다. 이미 방위력 강화를 위해 3대 안보 문서를 연내 개정하기로 했고 무기 수출 관련 일부 규제도 올해 폐지해 살상 능력이 있는 방위장비 수출 길을 대폭 넓히겠다고 한다. 일본판 중앙정보국(CIA)인 국가정보국 신설, 국가 감시 강화가 우려되는 스파이 방지법 제정도 총리의 관심사다.
핵무기 보유·제조·반입을 금지한 비핵 3원칙 재검토 방침도 정했다. 장기적으론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해 일본을 사실상 '전쟁 가능 국가'로 만드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다. 당장 헌법 개정은 참의원(상원)이 여소야대여서 무리가 있지만 2028년 참의원 선거 이후엔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개헌 작업과 지나친 우경화 행보는 주변국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일본의 군사력 강화는 미국이 국가방위 전략 등을 통해 "역내 문제는 당사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에 호응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재무장은 동북아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고 어렵게 복원된 한일 관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경주 회동에 이어 올해 일본 현지 회담으로 셔틀외교를 이어가며 우의를 다졌다. 모처럼 형성된 훈훈한 관계가 어긋나지 말아야 한다.
격렬한 미중 패권 틈바구니에서 한일 양국이 협력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사안이 적지 않다.
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나 대미 관세 공동 전선 구축과 관련해서도 적극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 수소차 등 첨단산업 협력도 중요한 과제다. 과거사 문제 등 난관은 여전히 있지만, 협력과 실용의 힘을 발휘해 더 나은 미래를 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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