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부담 느는데 노조는 투쟁예고
보완책으로 제도 연착륙 이끌어야
노란봉투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관련 시행령과 표준모델이 확정되지 않아 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청와대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신년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시스
'노란봉투법(노봉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의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의 세부 기준이 나오지 않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시행령 개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노사협상의 가이드라인이 될 교섭 표준모델도 확정되지 않은 것이다.
노봉법은 원청 사용자의 교섭 책임을 확대 적용하고,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1차로 시행령을 입법예고했지만 노사가 모두 반발하자 문구를 수정해 지난 6일 재입법예고했다.
재입법예고안은 교섭단위 내 '창구 단일화'를 원칙으로 하되 이해관계와 이익대표 문제, 갈등 가능성 등을 고려해 원·하청의 교섭단위를 별도로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다수의 하청업체를 둔 기업의 경우 교섭이 반복되며 협상 부담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노봉법 시행으로 한국 경제가 떠안을 비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노사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기업들이 투자를 유보하거나 축소할 수 있고 투자율이 1%p 하락하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3~0.4%p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법 시행에 따라 투자 여부를 망설이는 기업들이 투자를 철회하거나 손실을 보고 있는 사업을 접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노봉법 통과 이후 투자계획 변화 여부를 설문조사한 결과 35% 이상이 투자 축소 또는 한국 지사 철수를 고려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노봉법 시행을 앞둔 지금의 분위기를 '폭풍전야'에 비유한다. 과거 주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초기 해석과 적용을 둘러싼 노사 분쟁이 잇따랐던 전례를 떠올리며 법무·노무 대응 매뉴얼을 점검하는 모습이다. 여론의 주목을 받는 첫 분쟁 사례가 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물론 '가보지 않은 길'인 노봉법의 결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노동자의 손해배상 부담이 줄어들고 노사관계가 안정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일정 규모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대립적 노사관계를 감안하면 정교한 준비 없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갈등이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미 노동계는 올해를 원청교섭 확대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투쟁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달 중 교섭 요구 공문 발송에 이어 각종 집회와 결의대회도 예고돼 있다. 정부는 현장 지도를 통해 법 취지에 맞는 사례를 축적하겠다고 하지만 노사 양측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봉법이 순조롭게 안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는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노동시장 전반의 구조가 바뀌고 기술 수용 상황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좌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무한 경쟁의 상황에서 소모적인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 부담만 줄 뿐이다. 정부는 이념을 앞세우기보다 현실에 기반한 세부 기준과 명확한 지침을 서둘러 마련하고 노사가 새로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보완책으로 제도의 연착륙을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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