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시민단체 모두 정부 비판
정부안은 숙고 끝에 나온 타협책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7학년도 이후 의사인력 양성규모'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정부의 의대 증원안을 놓고 예상대로 사회적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증원안은 2027학년도부터 5년 동안 연평균 668명씩 총 3342명 늘린다는 내용이다. 의료계는 교육 부실을 우려하며 반발한 반면, 시민단체는 "추계에 미달한다"며 비판했다. 의정 갈등과 그에 따른 의료대란을 겪은 뒤 새로운 안이 나왔으나 갈등은 여전하다. 이러다가 의대 증원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여러 충돌하는 의견들을 잘 수렴해 실행으로 옮겨가야 한다.
대한의사협회가 반대하는 명목상 이유는 현실적인 교육 여건이다. 그러나 이는 대학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부의 숙고 끝에 작년 안의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한 방안마저 반대하는 것은 의료계의 이기주의일 뿐이다. 그동안 붕괴되는 지역의료 앞에서 의료인들이 보여준 행태를 보면 반대할 자격이 조금도 없다. 시민단체는 반대로 추계보다 적어진 규모의 증원을 인정할 수 없다고 정부안을 비판했다. 정부안은 수차례 전문가들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결정한 것이다. 의료 교육 현실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방식이다. 이런 절차적 노력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
의료계와 환자 가족, 시민단체의 바람을 모두 충족시킬 수는 없다. 증원에는 큰 이견이 없는 이상 숫자를 놓고 현실적인 타협이 필요하다. 이번 의대 증원 방안의 초점은 지역 의료 살리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울과 비서울권,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불균형은 심각한 사회 문제다. 지금도 급한 환자나 임산부가 응급실이나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
이번 방안은 그런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의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다. 늘어나는 숫자 전체를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해 지역에서 일정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원을 늘려도 바로 서울이나 대도시 의사가 늘어나지도 않는다.
의료계는 이번 안을 비판했지만 장외투쟁 등을 통한 극렬한 반대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의료계는 정부와 협력하여 의학교육 정상화와 필수의료 지원에 나서는 게 바른 행보다. 정부는 교육 부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 시설과 교수 인력 확보 방안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2년 전 의정 갈등은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 상처가 아직 아물지도 않았다. 이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의료계의 카르텔이 얼마나 강력한지도 실감했다. 그럼에도 의료 개혁은 계속 추진해야 한다. 응급실과 의료 소외 지역에서 고통받는 환자들이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손놓고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의료계도 이런 문제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가 단지 '밥그릇 지키기'는 아닐 것이다. 정부는 의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개혁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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