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기술연구소장
대부분 휴식 부족·경계 소홀 원인
국비 9억 들여 시스템 개발 나서
AI 적용한 카메라·레이더센서로
선박은 물론 비선박 위험물 감지
이경훈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기술연구소장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제공
"충돌사고의 98%가 인적 과실이라면 사람의 한계를 보완하는 기술이 답이다."
이경훈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기술연구소장(사진)은 2일 해양사고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소형어선 충돌사고'를 줄이기 위한 해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소장은 조선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다. 1997년 공단에 입사해 현장 선박검사원으로 활동했다. 중소형 선박을 직접 점검하며 바다 위 안전을 다뤄온 그는 현재 기술연구소장으로서 해양안전 기술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그가 최근 가장 무겁게 바라보는 문제는 '소형어선 충돌사고'다.
최근 2년(2023~2024년) 해양사고를 보면 충돌사고는 선박 척 수 기준 두 번째(14.8%)를 차지하지만, 사고 유형별 부상자 수는 339명으로 가장 많다. 특히 충돌사고 선박의 67.3%는 어선이고, 이 가운데 51.1%는 20t 미만 소형선박이다.
이 소장은 "충돌사고 대부분이 어선 자체의 조업방식, 휴식시간 부족에 따른 피로 누적, 안전에 대한 주의 부족, 경계 소홀 등 인적 요인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더 조심하자'는 말만으로는 인간적 한계를 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단과 이 소장은 최근 어선 충돌사고를 줄이기 위한 인공지능(AI) 기반 소형선박 특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행정안전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 사업에 선정돼 2027년 11월까지 총 9억원이 투입된다.
이번 시스템은 기존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위치정보 기반 장비와는 다르게 카메라 기반 시각정보와 레이더 센서를 융합하고, 딥러닝 기반 AI를 적용해 해상 객체를 정확하게 탐지한다. 대형·소형 선박은 물론 등부표, 암초, 부유물 등 비선박 위험 요소까지 식별할 수 있다.
그는 "객체의 이동 방향과 속도를 분석해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한다. 일정 위험 수준에 도달하면 즉시 경고하는 구조"라며 "운항자가 위험을 인지하기 전에 시스템이 먼저 신호를 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국내 주요 연안어선을 대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와 강도 높은 반복 실증을 진행해 정확도와 안전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이 소장은 해양교통 빅데이터에 대해 "배가 태어나 바다의 풍파를 겪으며 지나온 일생의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흔적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다"며 "그 데이터를 통해 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와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점은 충돌 예방 연구뿐 아니라 어선 통합 자가진단시스템(OBD)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엔진·전기·항법·선체·어로 설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예측하는 체계를 구축해 사고 이후 대응이 아니라 사고 이전 예방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AI와 데이터, 자율운항까지, 최첨단 기술의 시대에서도 기본은 결국 '안전수칙'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출항 전 주요 설비 작동 여부를 반드시 점검하고, 구명조끼·구명뗏목·소화기 사용법을 평소에 익혀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