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연 생활경제부 차장
코스피 사상 첫 6000선 돌파와 반도체 경기 회복이라는 화려한 지표 이면에 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부터 가공식품은 물론 농축수산물 전반의 가격이 오르면서 "장보기가 겁난다"는 한탄이 국내 가계의 애환을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물가 안정이 곧 민생 안정"이라며 관계부처에 선제적 대응을 주문한 것은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한다.
최근 정책 기조를 보면 이 대통령의 물가관리 스타일은 과거 정부와 분명한 차이점을 보인다. 단순히 품목별 가격을 누르는 것을 넘어 '불공정 담합'과 '비정상적 유통구조'를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주장한 담합 신고 포상금을 수백억원대로 인상해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는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까진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듯하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담합조사를 받은 제당·제분사가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5%가량 인하한 이후 주요 제과업체가 빵·케이크 가격을 일제히 인하했다. 이 대통령이 '설탕값 인하 결과물을 업체들이 독식하게 하면 안 된다'고 언급한 이후다.
정부의 칼끝은 이제 교복값으로 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새학기를 앞두고 교복을 '등골 브레이커'로 지목하며 최근 두차례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설탕·밀가루 가격 인하를 통해 베이커리 가격 인하까지 이끌어 낸 것은 분명한 성과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가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임계치에 도달했는데, 정부의 가격통제로 원가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정부 압박 속에 억지로 가격을 누를 경우 결국에는 기업의 경영악화와 투자위축으로 이어지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정부의 물가 안정책이 기업에 대한 과도한 압박인 '관치'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교한 조율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민생물가 특별관리 TF'를 구성해 민생 물가 안정에 나섰다.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지적된 유통 단계의 구조적 병폐를 걷어내는 수술은 필요하되, 기업의 팔을 비트는 방식으로 시장 자율성까지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
정부의 물가 안정책이 기업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을 때 비로소 코스피 6000의 온기가 서민들의 장바구니까지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거창한 담론이 아니다. 가족과 함께할 저녁거리 장을 보며 느끼는 실질적인 물가 하락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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