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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이란 확전 양상, 중동 리스크 장기화 대비해야

헤즈볼라 등 가세해 전면전 치달아
중동 관련 산업에 선제적 지원 필요

[사설] 美·이란 확전 양상, 중동 리스크 장기화 대비해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공습으로 시작된 뒤 중동지역의 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란 테헤란에서 공급에 따른 폭발이 발생한 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테헤란=AP·뉴시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대대적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지역의 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시설을 타격했고, 이스라엘은 테헤란의 정부청사와 지휘통제시설 등을 공격했다. 이에 이란은 2일 새벽 바레인의 미 해군함대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맞불을 놓은 데 이어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헤즈볼라까지 가세했다. 전선이 미국·이스라엘, 이란 및 추종세력 간의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과거 4차례에 걸친 중동전쟁이 이스라엘과 일부 민족주의 아랍국가 간 충돌이었다면 이번 전쟁은 미국이 직접 군사행동에 나섰고 중동 주요 국가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훨씬 크다. 친서방 팔라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공화국을 수립한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최대의 지정학적 격변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첫 공습 당시만 해도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데다 전쟁 당사국 간의 군사력 격차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단기전으로 끝날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의 즉각적인 보복과 친이란 세력의 가세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장기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전투 작전은 전면적으로 계속되고 있으며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의 향방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목표'에 달려 있다. 군사시설 파괴를 목표로 삼는다면 조기 종결도 가능하겠지만, 정권의 구조적 변화까지 겨냥한다면 불가피하게 정치·군사적 대치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5차 중동전'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번 전쟁이 길어지면 세계 경제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일평균 2000만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이 완전 봉쇄될 경우 에너지 수송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당장 유가가 5~15% 상승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금리 인상을 자극하며 기업 수익성 악화와 성장 둔화, 증시 변동성 확대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중동 리스크는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에너지 수급 차질로 유가가 불안해지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원·달러 환율과 물가 상승이 겹치며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 방산·자동차 등 국내 기업이 중동 국가들과 진행해온 수출과 프로젝트 역시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의 국가 주도 대형 사업과 연구개발(R&D) 프로젝트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가동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에 비해 이번 사태가 미치는 파장의 범위가 넓고 예측이 힘들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감안해 에너지 비축물량을 재점검하고 수입처 다변화와 긴급수송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유가·환율·물가 동반 상승에 대응할 통화·재정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중동 관련성이 높은 산업과 수출기업에 대한 선제적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상황을 낙관하지 말고 시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