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 장기화, 불안심리 최고조
공포가 공포 부르는 악순환 경계를
(출처=연합뉴스)
중동발 충격파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한국 경제도 휘청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9일 장 초반 1490원대로 급등했으며, 코스피는 개장 직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폭락세를 보였다. 유가·환율·증시 전반에 위험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실물 충격만큼이나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은 새 최고지도자로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를 선출하면서 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란 지도부가 강경파로 꾸려지는 것은 중동 사태가 단기에 수습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동 사태의 장기화는 우리 경제를 오랫동안 더 짓누를 수 있어 보통 문제가 아니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역내 무력충돌이 확산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은 더욱 혼돈에 빠질 것이다. 유가 급등은 단순히 에너지 가격 혼란에 그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중동 사태는 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큰 짐을 안겼다는 점을 곱씹어 봐야 한다.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교역 감소와 더불어 세계적 물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다. 물가 앙등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줘 서민 생활을 힘들게 한다. 에너지 비용에 민감한 중소기업이나 농업 경영을 어렵게 만든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한 대처가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어 말한 것처럼 비상한 각오로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석유·가스 수급 안정화와 금융시장 변동성 관리 등 실물대책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집행해야 한다. 실행 가능한 로드맵을 짜서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실효를 거둘 것이다.
물가 관리를 위해 가격을 억누르는 식의 접근은 정책의 신뢰를 잃고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매점매석, 바가지 등의 불공정 행위는 엄중 단속하되 원칙적으로는 시장경제 원리를 해치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시장 공포의 관리자'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현재 금융시장 상황은 경제 펀더멘털이 약화되었다기보다 심리적 패닉 상태라고 봐야 한다. 공포 심리는 시장을 더 위축시켜 공포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소비자는 지출을 줄이고 기업은 투자를 멈출 것이다. 금융 불안이 그러잖아도 좋지 않은 상황인 실물경제를 붕괴시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상정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충격을 겪은 바 있다. 현재 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했던 역사적 순간들이었다.
우리는 이런 최대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원천은 언제나 위기를 직시하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경제주체들의 냉정함이었다. 위기의 정확한 실체 파악과 균형 잡힌 정책이 지금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