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5가지 전망
트럼프, 조기 종전 언급했지만
이란 곧바로 항전 의지 내비쳐
美협력 인물로 정권 교체되거나
국제 고립 상태서 체제 유지할듯
영토 나뉘고 내전·분열 가능성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 설치를 시작하는 등 전황이 새로운 방향을 향해 치닫는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향후 전쟁 전개 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5가지 시나리오를 전했다. 사진은 이스라엘 미흐모렛에서 10일 공습경보가 울리자 한 소년이 대피소로 연결된 시멘트 안전 통로 속을 달리는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이란 전쟁이 조기에 끝날 것이라고 밝히면서 10일 금융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았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쟁 전개 상황에 따라 흐름이 급변동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란도 트럼프 발언 뒤 곧바로 항전 의지를 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이란 전쟁의 전개에 대해 전문가들의 5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조기 종전
유가 폭등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박에 직면한 트럼프가 전쟁 결과와 상관없이 승리를 주장하며 전쟁을 끝내버릴 가능성도 높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탄핵에 몰릴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목표를 달성했다"며 군사 작전을 마무리하는 시나리오다.
허드슨연구소의 마이클 도런 선임 연구위원은 "이란은 일관성 있는 전략으로 트럼프를 압박해 조기 종전 선언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국의 걸프 동맹국을 타격해 역내 불안을 유도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요격 미사일 재고를 소진하도록 하고 있다. 또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긴장을 높여 유가를 끌어올려 선거를 앞둔 트럼프를 압박하는 전술도 쓰고 있다. 도런 위원은 이란이 미국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모델
미국이 지난 1월 베네수엘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란에서도 핵심 지도부를 제거하고 친미 성향, 또는 협력적인 인물로 교체하는 시나리오다. 위기그룹의 이란 전문가 알라 바에스는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이미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아들 모즈타바를 차기 지도자로 세웠고,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어 미국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이란에서는 미국에 협조적인 '이란판 델시 로드리게스'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로드리게스는 베네수엘라 부통령으로 미국의 압박 속에 협력으로 방향을 튼 인물이다.
■교착
세번째 시나리오는 이란이 버티면서 전쟁이 교착 상태로 빠져드는 것이다.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에도 이란 체제가 유지되면서 지속적으로 반격이 이뤄지는 것이다.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미국은 지속적인 저항 속에 결국 철수한 경험이 있다. 위기그룹의 바에스는 이란이 저항을 지속하면 한쪽이 굴복할 때까지 소모전 양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라크식 잔존
이란 정권이 붕괴하지는 않으면서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가 그랬던 것처럼 극도로 약화된 정권이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반군 등에 대한 영향력은 상실하지만 내부 통제력은 유지해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태로 살아남는 시나리오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에밀 호카옘은 이란은 어떻게든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을 공격하는 등 도발을 지속해 서방의 경제적 비용을 강요할 능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허드슨 연구소의 도런은 만약 옛 소련처럼 무너지더라도 기존 권력은 유지하면서 겉모습만 바뀌는 권위주의 국가가 될 가능성을 내다봤다. KGB 요원들이 기업가로 변신한 것처럼 현재 이란 재계를 장악한 혁명수비대(IRGC)가 돈줄을 쥐어 틀면서 나라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전, 분열
최악은 중앙 정부가 통제력을 잃고, 이란 영토가 쪼개지는 것이다. 다민족 국가인 이란이 외부 지원을 받는 각 지역의 소수민족 무장 세력들로 사분오열하면서 나라가 누더기가 되는 시나리오다. 미국이 침공했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가 이 길을 걸었다. 이란도 중앙정부가 무력화되면 북서부 쿠르드족, 동남부 발루치족 등 소수 민족을 중심으로 한 군벌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2003년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면서 나타난 이라크 혼란이 재연되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후세인의 중앙 정부가 무너지자 이라크는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족 간 유혈 충돌이 발생했고, 이 틈새에서 IS(이슬람국가) 같은 극단주의 세력이 성장했다. 이란도 혁명수비대라는 강력한 구심점이 붕괴되면 무장 정파들이 권력 빈자리를 채우며 장기 내전에 돌입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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