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구 남구 한 주유소에서 대구시 에너지산업과와 남구청,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주유소협회 대구시회 직원들이 휘발유, 경유 정량 및 품질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정부, 민생물가관리 특별회의 열어
소비자 이득이나 부작용 부를 수도
[파이낸셜뉴스]중동 사태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다시 돌파한 가운데 정부가 13일 물가 관리를 위한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석유 가격의 상한선을 정하는 석유가격최고제, 즉 가격상한제를 시행하고 식품과 생필품 가격 담합을 엄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물가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석유가격은 1997년 자유화됐다. 정부의 기름값 통제는 30년 만에 부활되는 것이다. 구윤철 부총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고가격제를 2주 단위로 시행하고 1800원에 이르면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 상한제는 득실이 공존한다. 소비자는 일정 가격 이하에서 기름을 구매할 수 있어 물론 이득이다. 그러나 정유업체나 주유소는 국제유가가 오르더라도 판매가격은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 마진이 줄어든다. 주유소도 마찬가지다. 원가가 높아지면 마이너스 마진을 볼 수도 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가격이 왜곡돼 각종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오일쇼크와 같은 특수한 시기를 제외하고는 개입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더라도 쉽게 안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정부의 개입은 그런 면에서 명분과 이유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시장 왜곡의 부작용을 고려해 단기간, 최소한의 개입에 그쳐야 할 것이다.
유가 외의 다른 물가도 동일하다. 물가 관리를 위해 가격을 억지로 통제하면 후유증이 따른다. 기름도 그렇지만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국내 판매는 줄이고 수출로 활로를 뚫으려 할 것이다. 품귀 현상을 빚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국제 원료값이 내렸는데도 올린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기업간의 담합으로 이득을 보는 행위는 엄중히 다스려 마땅하다. 그러나 민생을 돌보고 물가 관리를 위해 강제로 가격을 내리는 것은 언젠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물가 통제나 규제는 명확한 기준과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더 중요시해야 할 일은 공급망 확보다. 원유 파동이 장기화되면 가격상한제도 무용지물이다. 중동이 아닌 남미나 러시아,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의 원유를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확보하는 데 더 힘쓰기 바란다. 가격상한제는 소비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 소비자들은 어려운 공급 상황을 인식하고 기름을 한방울이라도 아껴쓰는 문화 시민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여당에서 나오는 이른바 '횡재세'도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한다. 정유회사들은 원유 도입 시기와 판매 시기가 다르다. 싼값에 산 원유를 가공해 비쌀 때 팔면 이득이 생긴다.
횡재세는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인데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지금은 국제유가가 크게 올랐는데 시간이 지난 후 기름값이 내리면 손실을 볼 수 있다. 다만 정유회사들은 평균적 도입 가격에 맞는 소비자 가격을 책정함으로써 그런 논란을 스스로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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