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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종 가족들의 애끓는 사연

[기자수첩] 실종 가족들의 애끓는 사연
윤홍집 사회부 기자
'잃어버린 가족찾기'라는 고정물을 쓰면서 4주에 한 번씩 실종 가족을 접한다. 누가,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를 듣고 짧은 기사로 풀어내는 일이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가족들이 품고 있는 절박함은 같아서 인터뷰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최근에는 유독 특별하게 느껴진 사연이 있었다. 40여년 전 딸을 잃은 백명자씨의 이야기다. 백씨의 딸은 1978년 11월 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백씨는 수십년간 딸을 찾아다녔지만 별다른 단서를 얻지 못했다. 그사이 백씨의 몸은 병들어 대상포진과 구안와사, 심근경색, 백내장, 녹내장, 불면증 등을 앓았다. 큰 수술도 수차례 받으며 죽을 고비를 넘겼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씨. 그는 살아 있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딸을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딸을 데려간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제대로 키웠다면 원망하지 않겠다고 했다. 낳은 부모는 자신이지만 키운 부모도 부모이니 용서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백씨의 말에선 딸이 잘 자라기만을 바라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백씨의 딸은 두 돌을 갓 넘긴 시기에 사라졌다. 너무 어린 나이에 실종돼 다른 사람 손에 길러지면 친모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전해진다. 자신이 실종자라는 사실을 알아도 버림받았다고 오해해 친부모를 찾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가족을 찾으려는 의지가 없다면 실종 가족이 상봉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실종자가 가족을 찾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매우 유효한 방법이 있다. 바로 유전자 분석을 의뢰하는 것이다. 이는 실종자의 유전자를 경찰에 등록해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가족의 유전자와 대조하는 제도다. 유전자 채취에는 비용이 들지 않고 시간도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실제 1978년 가정 형편이 어려워 친척 집에 맡겨졌던 아들이 엄마를 찾으려 집을 나간 뒤 실종됐다가 유전자 등록을 통해 44년 만에 모자 상봉한 일이 있었다. 모친은 아들을 수소문하던 중 유전자 분석에 나섰고, 전주 한 복지센터에 머물던 아들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만약 아들이 미리 유전자를 등록하지 않았다면 이들은 다시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해 기준 경찰이 파악한 5년 이상 장기 실종자는 1449명이다. 이 가운데 20년 넘게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는 1263명으로 전체의 87.2%에 달한다.
실종자 가족들은 매일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 가족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도 다수다. 가족을 찾겠다고 마음먹은 실종자의 결심만이 이들을 구할 수 있다.

banaffl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