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한국 등 16개국 조사 개시
관세 리스크에 정치권은 늑장대응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를 선언하며 관세 복원에 시동을 걸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11일 관보를 통해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유럽연합, 베트남 등 총 16개국을 상대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USTR은 한국에 대해 "크거나 지속적인 무역흑자를 통해 구조적 과잉생산 능력과 생산의 증거가 존재한다"고 관보에 적시했다. 구체적으로 언급된 업종은 전자 장비, 자동차, 기계, 철강, 선박 등이다. 미국은 5월 공청회를 거쳐 7월 전 결론을 낼 것이라고 한다.
무역법 301조 발동을 통한 미국의 관세 부과는 예고된 수순이긴 하나 지금은 이란 지정학적 위기까지 겹친 복잡한 국면이다. 한국 경제는 중동발 유가, 원자재 쇼크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와중에 대미 관세 압박에까지 다시 시달리게 됐다. 종전 출구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트럼프 관세는 자칫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마지막까지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될 것이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한 행동, 정책, 관행'에 관세 부과로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한 것이 골자다. 외국 정부의 문제가 될 만한 관행에 제동을 거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301조는 미국 행정부의 자의적인 판단과 근거로 상대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301조 발동은 연방대법원 판결로 효력을 잃은 상호관세를 복원하기 위한 차원으로 봐야 한다.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며 무효라고 판결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을 통해 기존 관세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정했던 바다.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했고 이를 15%로 인상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정부 계획이다. 하지만 글로벌 관세는 임시조치로 유효기간은 최대 150일이다. 미국 정부는 이 기간 안에 301조 조사를 마치고 주요국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것인데, 조사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사건이 불거질 수도 있는 문제다.
미국 측은 온라인플랫폼법 도입 추진 등을 이유로 한국 정부에 미국 기업 차별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했다. 쿠팡 문제도 끝나지 않았다.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사들은 앞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쿠팡 차별조치에 대한 조사를 USTR에 청원했다가 최근 철회했지만 이 사안은 USTR의 자체 조사에서 다뤄질 수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세수 추가 확보 등 가시적인 성과가 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면서 미국이 꼬투리를 잡을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미국과 관세협상을 통해 3500억달러의 대미투자를 약속하고 그 대신 미국은 예고한 25%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 하지만 3500억달러 대미투자 집행을 위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가 늦어지자 미국은 이를 이유로 관세 복원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충분히 정부 간 대화로 풀 수 있는 사안이었으나 트럼프 정부는 달랐다.
급박한 정세 속에 이제서야 법안을 통과시킨 정치권의 무책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우리만 추가 관세가 보태지면 산업 경쟁력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똘똘 뭉쳐 험난한 관세 파고를 이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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