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 중기벤처부장
수개월째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번에는 중동 지역의 얘기가 아니다. 바로 제약업계다.
정부가 쏘아올린 제도 개편의 불씨로 촉발된 정부와 제약업계의 갈등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작은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약가제도 개선방안'이었다. 과도한 국내 제네릭(복제약) 경쟁구도를 개선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현재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인 제네릭 약가를 40%대 수준으로 25% 인하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백분율로만 보면 감이 잘 안 잡히는데 정부는 이렇게 하면 연간 2500억원, 4년간 1조원의 건강보험 재정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재원을 가지고 혁신신약의 급여를 확대하고 필수의약품 공급을 안정화한다고 하니 이렇게만 생각하면 안할 이유가 없는 중요한 정책인 셈이다. 정부는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높은 제네릭 가격을 낮추고, 복제약 중심의 제약업계 산업구조까지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오리지널의 10~20%, 유럽은 20~30%, 일본은 30~40%인 것과 비교하면 국내 제네릭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제약업계는 제약산업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잘못된 결정'이라며 정부 발표 이후 줄곧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약가 인하로 정부가 원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보다는 매출감소에 따른 고용위축, 경영악화 등 업계 산업 전반에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제약산업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이 신약 중심인 것과 달리 제네릭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일본(200여개)이나 독일(100여개) 등과 달리 400~500여개 제약사가 난립해 있어 급격하게 제네릭 가격을 낮출 경우 중소형사는 매출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제약업계는 제네릭 수익이 줄어들게 되면 정부가 원하는 신약 투자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항변한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제네릭 약가가 25% 인하될 경우 연간 매출 감소가 3조원 이상 발생하고 이로 인해 1만명 이상의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수익 저하로 연구개발(R&D) 투자가 줄어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신약 개발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특히 이렇게 국내 제약사들이 타격을 받게 되면 결과적으로 다국적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 시장을 잠식할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던 양쪽에서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7월부터 시행하려고 했던 약가인하 정책을 내년 초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도 제네릭 약가 인하 절대 불가에서 한발 물러나 현재의 10% 수준인 48%까지는 감내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산업은 미국발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에도 혁신신약을 중심으로 매년 눈부신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기술 확보를 통한 신약개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안정적 건강보험 재정으로 사회적 인프라를 튼튼하게 갖추고 기업들의 신약개발을 지원해 국내 제약업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할 계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고사처럼 굳은 결단으로 단번에 많은 걸 고치는 게 좋을 때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해관계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뜻이 다르더라도 절충과 타협을 통해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게 나아 보이기도 한다. 정부와 제약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묘수를 찾아내 우리 제약업계가 큰 한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kim091@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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