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태국 선적의 화물선 마유리나리 호가 11일(현지식나)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격을 받아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다. 로이터 연합
국제 유가가 12일(현지시간)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뚫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지금 당장은 미국 해군이 선박을 호위할 수 없다고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 장관이 밝히면서 유가 상승세 고삐가 풀렸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서둘러 봉합에 나섰지만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는 가라앉지 않았다.
미 당국자들의 발언이 시장에 극심한 혼선을 주면서 유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상승폭이 외려 확대됐다.
한편 유가가 어디까지 뛸지보다 얼마나 오래 고유가가 지속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00달러 돌파
CNBC에 따르면 국제 유가 기준 유종인 브렌트유는 5월 인도분이 전장 대비 8.48달러(9.22%) 폭등한 배럴당 100.46달러로 마감했다.
미국 유가 기준 유종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근월물인 4월물이 8.48달러(9.72%) 폭등한 배럴당 95.73달러로 치솟으며 장을 마쳤다.
유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상승폭이 확대됐다.
브렌트는 9.36달러(10.18%) 폭등한 배럴당 101.34달러, WTI는 9.04달러(10.36%) 폭등한 배럴당 96.29달러로 더 뛰었다.
이란 봉쇄 위협 속 혼란
이란 새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지속돼야 한다고 선언한 가운데 미국은 헛발질을 계속했다.
라이트 장관은 “지금은 호위가 불가능하다”고 말해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브렌트는 장중 17% 이상 폭등했다.
베선트 장관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며 패닉 매도세를 보이자 베선트는 “군사적으로 가능한 대로 빨리 호위에 나설 것”이라며 시장을 다독였다.
베선트 발언으로 유가 폭등세가 일부 진정되면서 9.22% 폭등한 상태로 정규 거래가 끝났다.
그렇지만 미 당국자들의 말이 계속 오락가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는 지속됐고, 시간외 거래에서 상승폭이 다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심리적 저지선인 100달러도 지키지 못했다.
베선트가 진화에 나서기는 했지만 라이트 발언과 실질적으로 크게 다른 것은 없다는 점에 시장이 주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라이트는 현재 미 군사력이 이란 공격력을 무력화하는 데 집중돼 있고, 이 때문에 호위 여력이 없다면서 이달 말 호위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금 당장은 호위 여력이 없다”는 점에 방점이 찍혔다.
베선트는 “가능한 한 빨리” 호위에 나서겠다며 시장을 다독였지만 실질적으로는 라이트의 발언과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군사력이 준비되는 대로” 호위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혀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 라이트처럼 이달 말을 상정한 것일 수도 있다.
이미 지난 10일 “상선 한 척을 호위했다”는 라이트의 발언을 백악관이 부인하면서 혼란을 겪었던 시장은 12일에도 정책 당국자들의 발언이 엇갈리면서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지 않겠다는 의지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 고점 아닌 기간이 핵심
네덜란드 ING 은행은 이날 분석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안정을 찾기 전까지는 지속적인 낮은 유가 도달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ING는 “거듭 지적했듯 유가가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는 유일한 길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가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그게 안 되면 유가는 앞으로도 더 뛸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필립 칼슨-슬레작은 유가가 이번에 어디까지 오르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고유가 흐름이 지속되는지, 그 기간이라고 지적했다.
배런스에 따르면 칼슨-슬레작은 분석 노트에서 “배럴당 유가가 며칠 이어지는 것이 150달러 유가가 수개월 지속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단언했다.
문제는 그 누구도, 심지어 이번 전쟁 당사자인 백악관조차 그걸 모른다는 점이다.
칼슨-슬레작은 시장은 이란의 정치적 안정이 아닌 미국의 호위와 호르무즈 해협 항행에 관해서만 관심을 갖지만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안전한 항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수로는 기뢰, 공습을 비롯한 값싼 무기와 비대칭 전술에 취약하다”면서 이란과 실질적인 합의에 도달해 도발을 멈추지 못하는 한 해협 항행 차질, 고유가 흐름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고유가 흐름이 이어지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는 물 건너가고, 이는 금융 시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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