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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 제도 안착하려면…"대상사건 기준 좁히고 인력 확충 필수"

재판소원 제도 안착하려면…"대상사건 기준 좁히고 인력 확충 필수"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을 뼈대로 하는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12일 0시 전자 관보를 통해 정식 공포됐다. 법왜곡죄 도입과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하는 '사법개혁 3법'으로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고, 판·검사 등의 왜곡을 처벌할 수 있게 된다. 14명인 대법관은 2028년 3월부터 3년에 걸쳐 매년 4명씩 늘어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비치된 '재판소원' 시행 안내문. 2026.3.12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재판소원'이 시행되면서 법원 판결 등에 대해 기본권 침해 여부 등을 헌법재판소(헌재)에서 다툴 수 있게 됐다. 헌재에는 제도 시행 첫날부터 재판소원 사건 접수가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안정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선 사전심사 요건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본안 심리를 하게 되는 전원재판부를 확충해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3일 헌재에 따르면 전날(12일) 오전 0시부터 이날 자정까지 시행 첫날 하루 동안 접수된 재판소원 청구 건수는 총 16건이다.

첫 사건은 오전 0시 10분에 접수된 시리아 국적 외국인의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 취소 사건'이다. 이어 6분 뒤인 오전 0시 16분에는 두 번째 사건인 '납북귀환 어부 유족 측의 '형사보상 지연 국가배상 청구 기각 취소 사건'이 접수됐다.

대법원 선고 직후 재판소원 심판 청구를 예고한 경우도 있다. 11억 원을 불법 대출한 혐의 등으로 전날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판소원 청구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양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법원 판결은 그 자체로 존중한다"면서도 "만약 대법원 판결에 우리 가족 기본권을 간과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변호인단과 상의해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아보려 한다"고 적었다.

이 밖에도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 사건을 접수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내일 중으로 재판소원 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라며 "법원의 최종 판단에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당사자도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다시 한번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변호사도 "전날 대법원 소부 선고 이후 재판취소 심판을 받아보겠다는 당사자가 더욱 많을 것"이라며 "대법원 선고 사건의 10%만 잡아도 대략 한 달 동안 200건 이상의 재판소원 사건이 접수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헌재는 연간 1만 건에서 1만 5000건 정도의 재판소원 사건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 사건이 몰리면서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 최대 4~5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판소원 사건은 물론, 헌재에 접수되는 다른 사건의 처리까지도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어 안정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선 신속한 처리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구체적으로는 재판소원 대상 사건의 기준을 더 좁히고 사전심리 단계에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판소원 대상 사건으로 정한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법원의 재판이 헌법·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등의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포된 헌법재판소법상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3가지 대상은 사실상 그 대상을 걸러내는 기능을 거의 못 한다"며 "독일과 스페인, 대만에서는 심판 청구 불수리 사유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를 '중대한 경우'로 바꿔야 할 필요도 있다"며 "기본권 침해가 명백하더라도 그 침해가 경미하다면 재판 취소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전원재판부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헌재에 청구서를 접수하면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되는 지정재판부가 사전심사를 하고, 이후 심판에 회부되면 재판관 9명으로 이뤄진 전원재판부에서 서면심리를 비롯한 변론을 진행하게 된다.

사전심사 과정에서 지정재판부가 각하를 하는 사건이 많더라도 전원재판부로 넘어가는 사건 역시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본안 심리 단계에서도 긴 시간이 걸릴 거라는 우려에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서는 재판관 8명으로 구성된 전원재판부가 2개여서 업무처리 속도가 (전보다) 2배 늘었다"며 "현재 헌재 구성으로 재판소원 제도를 가동하면 사건 처리 지연이 매우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도 "궁극적으로는 개헌을 통해 전원재판부를 2개로 늘리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라며 "지정재판부에서 사전심사를 하지만, 자칫 잘못 운영하게 되면 대법원 심리불속행 제도와 같이 운영되면서 헌재에 대한 신뢰가 추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도 시행 초반에는 다수의 사건이 몰릴 수 있으나 헌재에서 결론을 내리면서 법리가 형성돼 점차 안정화될 거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재판연구원 원장을 지낸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기간으로 보면 재판소원으로 가보자는 당사자들의 요구가 많을 수 있지만, (제도가) 정착되면 재판소원이라는 것이 인용되지 않을 걸 인지하게 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되면 안정적으로 (지연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에이치비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헌재가 어떤 범위 내에서 재판소원 사건을 인용할지 확립된 것이 아니어서 초반에 사건이 몰릴 순 있다"면서도 "헌재에서 여러 건에 대해 각하, 재판취소 등을 결정하면서 최소 올해 안에 법리를 형성한다면 어느 정도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구관이나 보조인력 등을 확충해서 향후 제도 안착을 위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