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사설] 에너지 안보 위기 고조, 공급망 확보에 전력 쏟아야

유가 고공행진, 원유 공급 경보 격상
중동·중국 등에 수입선 편중 개선을

[사설] 에너지 안보 위기 고조, 공급망 확보에 전력 쏟아야
중동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과 함께 에너지·자원 안보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20일째 접어든 이란 전쟁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파병에 동맹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분노하는 모습까지 서슴없이 보여줬다. 이란의 안보수장이 공습에 사망해 이란의 태도는 더 강경해지고 있다.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변할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3% 이상 급등, 배럴당 103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유 가격은 이로써 나흘째 100달러를 웃돌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3% 가까이 올라 96달러에 마감했다. 일부 국가 유조선들이 제한적이나마 해협을 통과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렸지만 상황을 반전시킬 규모는 아니다. 수출이 막힌 중동 산유국들이 생산을 줄이고 있어 유가는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18일 원유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기존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나프타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한시 지정하는 등 공급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핵심원료다. 나프타와 에틸렌 재고가 바닥나면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제조업 엔진에 경고등이 켜진다.

나프타는 원유와 비슷하게 중동 의존도가 높다. 국내로 들어오는 나프타의 60%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나머지 40%는 국내 정유사에서 생산되지만 중동발 원유 수송도 차질을 빚고 있어 현장은 하루하루 피말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는 가용한 정책 수단을 즉각적으로 투입, 대응력을 높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1800만배럴의 원유를 추가 도입하기로 확정한 것은 다행스럽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대통령 전략경제협력 특사로 UAE를 방문하고 귀국하면서 양국 간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 합의 사실을 밝혔다. UAE 국적 선박 3척으로 600만배럴, 한국 국적 선박 6척으로 1200만배럴 원유를 공급받기로 양국이 전격 합의했다는 것이다. 앞서 약속한 600만배럴을 더하면 총 2400만배럴을 UAE에서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에너지 안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정부가 발로 뛰며 수급활로를 개척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향후엔 운송 리스크가 없는 원전 가동을 확대하고 에너지 절감 조처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특정국 쏠림이 심한 에너지, 자원 의존율을 근본적으로 혁파할 개선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중동과 중국 편중이 심한 원유와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브롬은 전량이 중동산이다. 반도체 웨이퍼 식각 공정에 활용되는 핵심원료다. 웨이퍼 냉각 공정에 쓰이는 헬륨도 70%가 중동산이다. 이차전지, 화학 분야 등에 활용되는 41개 전략소재의 중동 지역 수입률도 70%를 웃돈다.
희토류, 흑연 등 핵심광물의 중국산 비중도 여전히 압도적이다. 공급망 위기는 일시적 충격이 아닌 구조적 문제다. 더 큰 피해를 보기 전에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을 다각도로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