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을 폭격하고 이란이 주변국 에너지 시설에 반격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한 가운데 19일 서울 시내의 주유소에 유가정보판이 놓여 있다..2026.3.19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란 전쟁이 4월 말까지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8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내부 전망이 제기됐다.
유가 급등은 오히려 경기 침체와 수요 붕괴를 촉발할 수 있어 산유국 사우디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시작된 공급 충격…"200달러 가능성도"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 및 에너지 관계자들은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이 4월 말까지 이어질 경우 유가가 18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산 경질 원유는 이미 홍해 항구를 통해 아시아 구매자들에게 배럴당 약 125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전쟁 전에 걸프 지역에서 선적된 물량을 포함해 저장된 추가 원유가 소진됨에 따라, 다음 주에는 물리적 공급 부족이 더욱 심화하여 가격이 138~140달러 선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사우디 관계자들은 WSJ에 말했다.
사우디 관계자들은 4월 둘째 주가 되어도 공급 차질이 해소되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봉쇄될 경우, 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은 뒤 향후 몇 주 내에 165달러와 180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유동성은 낮지만 현지 공급 차질을 빠르게 반영하는 오만산 원유에 연동된 중동산 선물 가격은 배럴당 166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오만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들이 판매하는 원유의 상당 부분에 대한 기준이 된다고 WSJ은 설명했다. 사우디 석유 공사 아람코는 오만산 원유 가격이 시장 공급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본다.
시장에서는 유가 200달러까지도 감안하는 분위기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는 "2026년 유가가 200달러에 도달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산유국 사우디 "유가 급등, 침체 유발해 오히려 위험"표면적으로는 고유가가 산유국에 이익처럼 보이지만, 사우디는 지나친 가격 상승을 경계한다고 WSJ은 전했다. 유가가 급등할 경우 소비자들이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경기 침체가 촉발되면서 장기적으로 수요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킹파이살 연구센터의 우메르 카림 연구원은 "사우디는 급격한 유가 상승이 시장 불안정을 초래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완만한 가격 상승과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 유지가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배럴당 150달러 수준을 수요가 파괴되는 임계점으로 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유가가 150달러를 넘기면 소비자들이 차량 이용을 줄이고 기업들은 생산을 축소하며 항공·물류 수요가 급감하는 등 에너지 소비 자체가 구조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CIBC의 레베카 바빈 트레이더는 "150달러는 소비자와 기업이 본격적으로 비용 계산을 다시 시작하는 가격대"라며 "6월에는 180달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미 유가는 전쟁 이후 약 50% 상승했다. WSJ이 조사한 경제학자들은 향후 12개월 내 경기 침체 확률을 32%로 추정했으며, 유가가 평균 138달러 수준에 도달할 경우 침체 확률은 50%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도 소비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88달러로 한 달 전보다 크게 올랐고, 디젤 가격은 5달러를 넘어 물류 비용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다. 라덴버그 자산운용의 필립 블랑카토 최고경영자(CEO)는 “연료비 상승은 사실상 소비자와 기업에 대한 세금과 같다”며 “다른 지출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