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신용평가 제공.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사모신용 부실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국내 시장으로 파장이 미칠지 금융당국, 기관 투자자 등의 촉각이 곤두섰다. 핀테크 기업이 만든 대출에 투자한 펀드에서 환매 요청이 몰리며, 사모대출(private credit, 은행이 아닌 투자자가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구조) 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사모신용은 은행시스템이나 공모 채권 시장을 통하지 않고, 사모펀드 등 비은행 금융기관이 차입기업과 일대일 협상을 통해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 형태를 의미한다. 지난해 9월 미국 트라이컬러와 퍼스트 브랜드가 연달아 파산을 신청하면서 비은행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일 보고서에서 "글로벌 사모신용 시장의 불안 요인이 국내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현시점에서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주요 보험사 및 연기금의 전체 운용 자산 내 사모신용 비중은 여전히 한 자릿수 내외로 절대적인 노출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12개 증권사의 지난해 말 기준 해외 사모대출펀드 판매 잔액은 17조원으로 2023년 말에 비해 44% 증가했다. 특히 기관 위주였던 통로가 개인 투자자 영역으로 확장되며 리테일 익스포저가 같은 기간 1154억원에서 4797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사모 신용 투자를 하는 국내 기관들에는 크게 연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준연기금에 해당하는 우정사업본부, 교직원공제회 등이 있다. 또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의 보험사도 있다.
박선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주로 트랙 레코드가 검증된 해외 우량 GP의 자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다"면서 "기초자산의 급격한 펀더멘털 붕괴가 수반되지 않는 한 단기적인 손실 폭은 일정 수준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기관투자자들이 수익창출을 보기도 전에 해외 AI 기업에 과다 투자를 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의 기관 투자자들은 보수적으로 투자를 했기에 문제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여전히 안심하기에 이르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사모투자(PE/PC 합산) 규모가 100조원을 웃돌고 있다. 글로벌 사모신용 시장의 성장세에 대응해 관련 자산 배분을 지속적으로 확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대형 공제회 또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사모신용을 주요 자산군 중 하나로 운용해왔다. 대형 보험사들의 경우 자본 건전성 규제의 영향으로 전체 자산 내 비중을 1~3% 이내로 관리하고 있지만 생명보험사 및 손해보험사 합산 약 900조원에 달하는 기초 자산 규모를 고려할 때 실질적 노출액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박선지 연구원은 "사모 자산 특유의 정보 비대칭성과 가치 평가의 불투명성을 고려할 때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운용사의 내부 평가에만 의존하기보다 독립된 평가기관 등을 통한 교차 검층을 확대해 잠재 부실을 선제적으로 인식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내부 모델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객관적 가이드라인 마련이나 시장 가치 기반의 공시 활성화, 관련 규제의 개선 등 정교한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모대출은 그동안 월가의 새로운 자금줄로 부상해왔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개인 투자자 자금을 끌어들이며 이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아왔다. 이들은 자금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401(k) 퇴직연금 시장 진입까지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 일부 대출에서 부실 징후가 나타나자, 시장 변동성에 민감한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서둘러 자금을 빼기 시작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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