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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식 초심자의 행운

[기자수첩] 주식 초심자의 행운
서민지 증권부
"증시가 호황이라 너무 좋은 경험만 하는 것 같아 걱정이네요. 수익률에 취해서 마치 본인이 투자를 잘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거든요." 지난달 만난 증권사의 한 임원은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호황에 투자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지만, 과연 이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였다.

지난해 코스피는 75.63% 급등해 주요국 증시 가운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만 해도 48.17% 상승하며 고공행진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증시는 급등락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특히나 국내 증시는 상승폭이 가팔랐던 만큼 더 많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코스피는 지난 4일 12.06% 떨어지며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날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 200 변동성지수(VKOSPI)는 80.37까지 치솟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증시가 출렁이자, 개인투자자(개미)들은 오히려 이를 저가매수 기회로 여겼다. 코스피가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지난 4일에도 개인은 매수 우위를 보였고, 지난 23일에는 6.49% 하락에도 7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이른바 '물타기'에 나서거나,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공포) 심리에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여윳돈이 아닌 빚으로 투자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빚투'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신용거래융자는 지난 5일 33조694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초단기 외상거래인 위탁매매 미수금도 2조1488억원까지 치솟으며 미수금이 크게 불어났던 2006년 2월 이후 가장 큰 규모로 확대됐다.

개인투자자의 과열된 투자 분위기는 어찌 보면 '초심자의 행운'을 그대로 믿는 게 아닐까 싶다. 증시 호황 때 덜컥 샀던 종목이 오르자, 이후에도 무조건 오를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 말이다.
'초심자의 행운'은 말 그대로 '운'에 기댄 것이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은 낮다. 결국은 운이 아닌, 탄탄한 투자 전략과 경험이 중요하다. 여러 차례의 실패를 경험하며 힘든 상황을 어떻게 이겨낼지, 어떤 경우에 성공할 수 있는지 일종의 패턴을 만들어야 한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