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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피터팬 증후군' 벗어나도록 제도와 규제 다듬어야

고성장 기업 감소, 갈수록 왜소화
KDI "기업별 맞춤형 지원책 필요"

[사설] '피터팬 증후군' 벗어나도록 제도와 규제 다듬어야
창업경진대회 전경 모습. (아산나눔재단 제공) /사진=뉴스1
고성장 기업이 많아야 국가 경쟁력도 높아진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고성장 기업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업력 8~19년의 중견기업 중 고성장 기업 비중은 2009~2011년 14.4%에서 2020~2022년 7.8%로 반 토막이 났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이끌 허리가 점점 가늘어지고 있는 셈이다.

모든 기업이 자국 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뛰고 있다. 스케일업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중소기업의 울타리 안에 머문다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 상대조차 되지 못할 것이다. 기업의 왜소화는 곧 국가 경쟁력 잠식을 뜻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첨단기술 패권 경쟁, 수출시장 다변화는 그 나라 기업의 규모나 역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잠재력 있는 창업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이 기업들의 규모가 커져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전략을 가동해야 한다. 그 첫번째 접근법으로 KDI가 제시한 업종별 맞춤형 지원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 활용, 수출 역량, 연구개발(R&D) 투자, 특허권이 제조업의 고성장을 이끄는 동력이다.

반면 서비스업의 경우 디자인권, 상표권, 무형자산이 더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 현재 정부 지원은 R&D 보조금 지원에 몰려 있다. 모든 기업에 R&D 지원이라는 동일한 처방을 내리는 식이다. 지금부터라도 각 기업의 업종별 특성을 구분해 성장의 모멘텀을 마련해 주는 맞춤형 성장 지원책을 가동해야 할 것이다.

지원 방식의 다양화만으로 기업의 성장을 도모할 순 없다. 스케일업을 가로막는 또 다른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설치된 각종 제도적 경계선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처럼 대기업을 겨냥한 규제들은 역설적으로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는 역효과를 낳는다.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해야만 누릴 수 있는 각종 혜택들 때문에 기업들 스스로 대기업으로 커지는 길을 버리는 것이다.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해 있다. 성장할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규모가 커질수록 오히려 손해라는 계산이 앞서는 것이다.

스케일업 전략은 단발성 정책만으로 달성하기 힘들다. 업종별 성장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피터팬 증후군을 부추기는 제도적 규제를 떨어내는 방안이 동시에 작동해야 효과가 높다.
글로벌 경쟁의 파고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우리 기업들의 몸집이 왜소해지는 현실이 우려된다.

이대로 가다간 미래 첨단산업 경쟁에서 도태돼 세계 시장에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기업 현실에 밀착한 정책을 설계하고 성장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 혁신과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