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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중앙회장 직선제 전환은 농협 개혁의 일부일 뿐

비리 차단책 등 제도 도입도 필요
건강한 조직문화로 농업 뒷받침을

[사설]중앙회장 직선제 전환은 농협 개혁의 일부일 뿐
사진=연합뉴스
비리로 얼룩졌던 농협중앙회장 선거제도가 전면 개편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일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오는 2028년부터 조합원 187만명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금은 조합장 1110명이 투표하는 간선제 방식인데, 앞으로 전체 조합원 직접참여 방식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렇게 직선제로 바꿔 대표성을 높이고 금품선거의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선거방식을 바꾼다고 농협 조직문화가 바뀔 것이란 기대는 지나친 낙관이다. 제도를 바꾼다고 내부의 문화와 관행이 덩달아 달라지진 않는다. 물론 간선제가 낳은 폐해가 지속되고 있어 이참에 직선제로 전환을 고려해봄 직하다. 소수 조합장들이 캐스팅보트를 쥐는 구조는 금품로비와 밀실담합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장을 둘러싼 횡령·금품수수 의혹이 농협 전체의 발전을 발목 잡는 일이 벌어져서야 되겠는가.

그러나 직선제로 바꾼다고 농협 조직문화의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근본 원인을 바로잡지 않은 채 제도만 바꾼다면 또 다른 형태의 비리를 만들 뿐이다. 그래서 앞으로 도입 예정인 직선제 전환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직선제로 바뀌면 187만 조합원을 상대로 한 대규모 선거판이 벌어진다.

어느 선거나 규모가 커질수록 전국적인 정치조직과 자금력을 갖춘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간선제에서는 조합장 매수가 큰 폐해였다면, 직선제에서는 대규모 선거운동과 여론전이 선거판을 오염시킬 수 있다. 문제는 농협 내 과열선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지역 정치판과 뒤엉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일반 지역 선거의 대리전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선거방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전한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뿌리 내리는 제도 도입이 더욱 시급하다. 어떤 방식으로 뽑히든 당선자가 농협의 방대한 자산과 조직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을 남용할 수 없도록 하는 구조적 견제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선제든, 간선제든 지금의 문제들이 반복될 뿐이다.

이런 제도적 허점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이사회 의장을 외부 인사로 선임하고 감사위원회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출마 자격요건 강화와 함께 회장의 권한 범위를 명확히 법으로 획정하는 방안도 모색할 때다. 또 계열사 낙하산 인사와 퇴직자 재취업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농협은 단순한 협동조합을 넘어 대한민국 농업의 근간을 지탱해온 핵심기관이다.
농민의 삶 전반을 아우르며 농촌경제를 떠받쳐왔다. 그만큼 농협의 건강한 조직문화는 농민만의 문제를 넘어 국민 전체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농협의 선거제 개편은 개혁의 완성이 아닌 출발점임을 정부와 정치권 모두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