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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닥쳐온 중동발 물가 쇼크, 민관 한뜻으로 극복해야

해외 IB들 줄줄이 올 전망치 상향
곡물가 급등, 밥상 물가까지 위협

[사설] 닥쳐온 중동발 물가 쇼크, 민관 한뜻으로 극복해야
5일 서울 중구 명동의 음식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중동전쟁 장기화로 물가 도미노 쇼크가 우려되고 있다. 고유가발 원자잿값 상승으로 기름값과 공산품 가격 급등은 물론이고 농축산물 등 생활 먹거리 전반의 연쇄 타격까지 곧 현실화될 공산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최근 한국 물가전망치를 일제히 높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것과 동시에 물가 전망치는 대폭 올렸다. 물가 전망치를 기존 대비 0.9%p나 높은 2.7%로 추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해외 IB들이 줄줄이 높여잡고 있다. 바클리, 씨티,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이 올해 한국 전망치를 2%대 이상으로 올렸다. JP모건은 중동 사태가 오래 지속되면 5월 이후 3%를 웃돌고 그 후에도 극도의 불확실성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도입하는 등 정부가 총력을 쏟고 있지만 물가 관리는 한계가 있다. 물가 충격은 에너지류뿐 아니라 전 부문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에너지물가지수는 142.89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에너지 가격에 바로 영향을 받는 공업제품지수도 지난달 118.80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정부의 출고가 인하 등의 압박으로 주춤했지만 계속 유지되기는 어렵다. 석유류 가격 역시 정부 통제로 상한선을 관리하고 있지만 다시 국제유가가 100달러대로 치솟아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900원대 초반까지 올랐는데 조만간 2000원이 뚫릴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원자재 수급 불안이 계속되면 서비스·농산물 쇼크로 이어진다. 지난 1·4분기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유류할증료 인상이 반영되지 않은 시기였는데도 3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인상분 영향을 받는 4월 이후 서비스물가는 더 큰 폭으로 요동칠 수 있다. 한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큰 항목이라는 점에서도 경제에 부담이다.

농산물 가격은 치솟는 국제 비료 원료 가격에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요소나 암모니아 등 질소 기반 비료 생산에 핵심 원재료가 다름 아닌 천연가스다.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비료 생산비도 올라가고, 결국 가격이 급등한다. 비료 가격이 장기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식량 비상사태에 이를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호르무즈해협 일대는 원유뿐 아니라 세계 비료의 생산과 교역 핵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글로벌 비료 해상운송의 25%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비료는 전략적 비축체계가 부족해 공급 충격에 취약하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중동발 비료 공급망 혼란으로 세계 식량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2·4분기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는 전분기 대비 6.4%나 뛸 전망이다.

곡물가가 급등하면 사료 가격이 올라 축산물 생산비도 끌어올린다. 가공식품과 먹거리 가격 역시 덩달아 오른다. 고유가로 인한 물가쇼크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것이다. 문제는 물가 충격이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부문별·단계별 효율을 극대화한 물가 안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기업의 자발적 관리능력과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의식도 절실하다. 과거 경제위기를 국민의 노력으로 이겨냈듯이 고물가 쇼크 극복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