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일본 선박 첫 통과
韓포함 40개국 외무장관
'호르무즈 개방' 공동성명
日, 호르무즈 대체 경로 추진
지난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이벳 쿠퍼 영국 외무장관(오른쪽)이 약 40개국 외무장관들과 함께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문제를 화상으로 논의하고 있다. AP뉴시스
1개월 넘게 호르무즈해협을 통제하고 있는 이란 정부가 일부 선박의 해협 통과를 허가하며 미국·이스라엘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앞으로 선별적으로 해협 통행을 관리하면서 통행료를 걷을 계획이지만, 주요 석유 수입국들은 아예 다른 길을 찾고 있다.
■비적대국 통행 허가, 선별 관리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란군 통합지휘부 '하탐 알안비야'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국영 IRNA 통신을 통해 이라크를 "형제국"이라고 불렀다. 그는 "이라크는 우리가 호르무즈해협에 부과한 어떤 제약에서도 제외된다. 이들 제약은 적국에만 적용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란 반관영 매체 타스님통신은 이란 농업장관이 이란 해운항만기구에 보낸 서한을 입수해 생필품과 사료 등 인도주의적 물품을 싣고 이란으로 향하거나, (호르무즈해협 바깥) 오만만에 대기 중인 선박은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4일 발표는 석유 수출이 막힌 중동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추정된다. 하탐 알안비야는 이날 발표를 이례적으로 페르시아어가 아닌 중동 국가들이 쓰는 아랍어로 전달했다. 지난달 국제해사기구(IMO)의 알리 무사비 이란 대표는 "호르무즈해협은 적과 연계된 선박을 제외하고 모든 선박에 개방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원유와 액화석유가스(LPG)를 대량 구입하는 중국·인도의 선박들은 이란전쟁이 시작된 지난 2월 28일부터 꾸준히 해협을 통과했다. 개전 이후 3일까지 해협을 통과한 인도 LPG 선박은 총 7척으로 집계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최소 6척의 선박이 해협을 통과했으며 모두 중국 및 이란 관련 선박이었다.
이란은 미국과 가깝다고 여겨지던 프랑스와 일본의 배도 통과시켰다. 세계 3위 해운업체인 프랑스 CMA CGM 소속 컨테이너선 '크리비'호는 3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 이는 이란전쟁 이후 프랑스 선박으로 최초일 뿐만 아니라 서유럽 선박 최초이기도 하다. 같은 날 일본 해운사 상선미쓰이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개전 이후 일본배로는 처음으로 해협을 통과했다. 4일에는 상선미쓰이 소속 유조선 1척이 추가로 해협을 나왔다.
■해협 불안 여전… 수입 다각화 절실
이란의 변화는 새로운 통행료 체계를 위한 포석으로 추정된다. 이란 의회는 지난달 30일 세계 해양 석유 운송량의 약 25%가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에서 통행료를 걷는 계획안을 승인했다. 1일 외신들은 이란이 중국 위안이나 가상자산으로 통행료를 받을 예정이며,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1척당 200만달러(약 30억원)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매체 벤징가는 3일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미국 정보당국이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당분간 유지할 확률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한국을 포함한 40개국 외무장관들은 지난 2일 영국 주도로 화상회의를 열고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항행 보장을 위한 적절한 조치에 기여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다. 영국은 회의 다음 주에 참여국 중 일부와 군사담당자 회의를 추가로 연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음 회의에서 "해협 통행을 위한 실행 가능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의 원유 수출국과 수입국들은 이란의 태도 전환에도 불구하고 일단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보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페르시아만 인근 산유국들이 뱃길 대신 육상 송유관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일본 NHK는 5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호르무즈해협을 대체할 수입로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항구, 사우디아라비아 얀부 항구에서 석유를 수입할 예정이며 미국과 아제르바이잔 석유도 구입할 계획이다. 일본은 수입경로 다변화와 비축유 방출을 통해 다음 달에는 전년 동기 대비 60% 수준의 원유를 확보할 방침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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