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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히 시작, 관망으로 마무리···이창용의 32차례 금통위 기록 [종합]

과감히 시작, 관망으로 마무리···이창용의 32차례 금통위 기록 [종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임기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끝냈다. 마지막 선택은 앞선 6차례 결정과 같은 '동결'이었다. 예기치 못한 중동 사태로 움직일 여지는 없었다.

그가 남긴 정책 궤적은 '신중한 원칙론'으로 설명된다. 일각에선 적정한 통화정책 변화 시점을 놓친 '실기(失期)'를 비판하기도 하나, 한국은행법이 정한 '물가안정'이라는 설립목적에 충실했다는 평가도 병존한다.

32차례 중 인상 6회, 인하 4회
한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4월 21일 취임한 이 총재는 그 다음 달인 5월 26일 금통위부터 이날까지 총 32차례 금통위 회의를 주재했다. 시작은 과감했다. 그가 참석한 두 번째 금통위에서 한은 역사상 첫 빅스텝(0.50%p 인상)을 밟는 총재가 됐다.

당시는 고물가에 대한 경계심이 높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전 세계 공급망이 훼손되며 그해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6.0%가 튀어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처음 6%대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이언트스텝(0.75%p)과 빅스텝을 번갈아 밟아댄 게 컸다. 이에 어느 정도 발맞추지 않으면 자금이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며 원·달러 환율이 치솟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 입장에선 나름 따라갔으나 연준 속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총재 임기 중 있었던 금리 인상 6번 중 5번이 2022년에 이뤄졌으나 미국이 성큼성큼 발을 뻗은 탓에 한미 금리 역전을 피할 수 없었다. 그 탓에 2022년 9월부터 이때까지 44개월 간 이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때를 놓쳤다는 비판은 주로 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 나온다. 이는 사실 앞선 긴축의 폭이 충분치 않아서이기도 하다. 금리를 내릴 만한 공간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 연이은 동결이 불가피했다. 그의 임기 동안 인하는 4회뿐이다.

다만 엄밀하게 경기나 환율 등은 한은법상 목표가 아니다. 이 총재가 늘 강조하던 원칙이다. "환율 자체를 잡는 게 아니라 환율이 영향을 미치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중앙은행의 책무"라는 식이었다. 특히 "추가 금리 인상·인하 여부는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하겠단 발언도 잦았다. 선제적 대응보다는 분석적 대처가 지배적이었다.

나머지 22번은 '동결'이었다. 그의 신중한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이 총재는 한은 역사상 최장기 동결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23년 1월 13일부터 2024년 10월 11일까지 총 1년9개월 가까운 시간 기준금리가 굳어있었다. 최근에도 지난해 5월부터 7차례 연속 동결이 결정되며 다음 금통위까지 1년간 금리가 묶이게 됐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임기 중 탄핵, 코로나19 팬데믹, 개인 해외투자 확대 등 이례적 사건들이 많았다"며 "재정이 도와주지 못한 상황에서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었는데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마지막 금통위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조기 인하에 실기했다는 의견, 이후 금리를 너무 안올려서 환율이 이렇게 됐다고 비난하는 분들도 있었다"며 "양쪽이 균형적으로 됐으니 그래도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점도표 도입으로 시장 소통↑
과감히 시작, 관망으로 마무리···이창용의 32차례 금통위 기록 [종합]
지난 2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공개한 금통위원 6개월 점도표. 한국은행 제공
이 총재 업적 중 하나로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가 거론된다.

3개월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포워드 가이던스)을 도입한 이후 지난 2월부턴 이 시계를 6개월로 넓히고 형식은 기존 '구두'에서 '점도표'로 변경한 게 대표적이다. 총재까지 포함한 금통위원 7인이 각 3개의 점을 찍어 6개월 내 금리 수준 전망을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2개와 1개를 서로 다른 수준으로 △3개를 동일하게 △3개 모두 다르게 제시할 수 있다.

다만 대개 전략적 모호성이나 침묵을 지켰던 이전 총재들과 달리 과감한 발언을 한 데 대해서는 평이 갈린다. 취임 초 공약했던 '시끄러운 한은'을 앞장서 지키긴 했으나 중앙은행 총재로서 경솔했단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여느 총재들과 달리 (통화정책뿐 아니라) 여러 경제 문제 등에 발언하고 다양한 시도를 한 점은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지난해 (정책 기조 전환을 언급한) 외신 인터뷰 등을 보면 굳이 얘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한다"고 전했다.

이 총재 스스로도 이번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두 가지 아쉬운 점을 꼽았다. 첫째는 서학개미, 둘째는 해당 외신 인터뷰 발언이다. 이 총재는 각각에 대해 "차라리 그 얘기를 안했으면 하고 후회가 된다"며 "정책기조 전환을 동결로 얘기했는데, 인상으로 받아들였다"고 짚었다.

'매'는 없었다
과감히 시작, 관망으로 마무리···이창용의 32차례 금통위 기록 [종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마지막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전문이나 이 총재 발언에서 선명한 매파적 색채는 없었다. 전문에선 중동 사태로 인한 물가 상방 압력, 원·달러 환율 상승, 부동산 시장 과열 대한 우려는 있었지만 긴축의 메시지는 던지지 않았다.

반대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 공급 차질 등으로 올해 성장률은 직전 전망치인 2.0%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 1월 금통위 때부터 빠진 '금리 인하' 문구도 복귀시키지 않았다.
기준금리 역시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인 전원 찬성으로 결정됐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메시지는 부재했으나 통화정책 변경 허들이 높다는 점은 확인됐다"고 했고,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 불확실성을 강조한 중립적 회의였고 그 여파를 추가 확인할 수 있는 5월까지 미국-이란 협상으로 시선이 이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원론적 입장에서 대내외 환경에 처한 경제와 금융시장 중심으로 의견을 밝혔다"며 "공급 충격발 성장, 물가 리스크도 금리로 대응하는 것엔 부정적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단기간 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약되는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