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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경제' 사례된 늑구 코인…'늑구 탈출', 세상의 시선을 보여주다 [쓸만한 이슈]

'주목경제' 사례된 늑구 코인…'늑구 탈출', 세상의 시선을 보여주다 [쓸만한 이슈]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늑대 '늑구'가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뒤 나흘째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늑구에 대한 관심이 하나의 '현상'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포획이 지연되면서 탈출 초반엔 '사살해서는 안 된다'는 동정 여론이 형성됐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늑구를 의인화해 서사를 담은 밈들이 만들어지더니 가상화폐가 등장하고 AI 조작 사진까지 등장했다.

'늑구 탈출'은 우리 사회는 왜 뜨겁게 반응하고 있을까.

주목경제로 이어진 '늑구코인'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는 방식이 과거와 달리 다채로워졌고 이슈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다양해 졌다"며 "AI나 SNS 등 다양한 도구로 각자의 시선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게 이번 늑구를 통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게 늑구의 이름에서 가져온 코인이다.

10일 연합뉴스는 '펌프스왑(PumpSwap) 등 해외 일부 가상화폐 탈중앙거래소(DEX)에는 늑구의 이름을 딴 코인 'Neukgu'가 유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코인은 지난 8일 생성된 전형적인 밈코인(화제성 가상화폐)으로 물량은 1억6000만개, 총유동성은 2만 달러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주목경제(attention economy)'의 작동으로 봤다. 플랫폼 환경에서 물건이 아닌 대중의 관심, 즉 주목도가 경제적 가치로 이어진다는 개념이다. 도지코인, 시바이누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팀 우 변호사는 주목의 경제를 다룬 책 '주목을 파는 상인들(The Attention Merchants)'에서 "기존의 자본주의와는 다르다"며 "예전엔 자동차처럼 뭔가를 제조해서, 그걸 팔아 돈을 벌었지만 요즘 기업들은 공짜로 무언가를 제공해서 생긴 사람들의 관심을 이용해 다른 무언가를 팝니다. 한 걸음 진보한 자본주의"라고 설명했다.

늑구 역시 '외로운 늑대'라는 서사가 덧입혀지면서 클릭과 공유를 이끌며 늑구코인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구 교수는 "늑구의 관심을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려는 사람도 있고, 동물 보호 등에 방점을 두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세계관과 윤리의식을 사회적 관심사에 반영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시대가 만든 '늑구'의 서사

'주목경제' 사례된 늑구 코인…'늑구 탈출', 세상의 시선을 보여주다 [쓸만한 이슈]
X에 만들어진 'Neukgu' 계정(왼쪽)과 늑구 밈코인, 늑구닷컴. /사진=관련 화면 캡처

구 교수의 말처럼 늑구가 주목경제의 중심에 서게 된 데는 다양한 이유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져서다.

AI 기술을 통해 늑구가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거나, 도심 야경을 배경으로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의 조작 화면은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대중은 실제 늑대가 주는 물리적 위협은 잊은채 그저 좁은 우리를 벗어난 약자(동물)를 통해 해방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관리 부실의 희생자이자 자유를 갈망하는 주체로 의인화하는 여론도 형성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쇼생크 탈출 늑대 버전", '자유롭게 살길 바란다" 등 늑구를 의인화한 게시물과 응원 글이 쏟아졌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한 몫했다.

이미 우리 사회가 동물원이라는 근대적 전시 구조에 대한 피로감과 반감이 커진 상황에서 지난 2018년 같은 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 '뽀롱이' 사건까지 거론되면서 "이번엔 죽이지 말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9일 오후 9시 18분 X(옛 트위터)에 '늑구의 안전 귀환'을 응원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SNS엔 늑구의 계정도 만들어졌다.

X에 만들어진 'Neukgu' 계정은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외로운 늑대, 늑구'라는 설명과 함께 늑구에 대한 뉴스를 실시간으로 올리면서 사살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현재 500여명 가입했다.

이 페이지에는 "늑구는 외롭지만 독립적이다", "석양 속으로 떠나고 있어. 절대 나를 찾을 수 없어", "빙글빙글 돌며 최고의 삶을 즐기고 있어", "찾을 수 있다면 찾아봐" 등의 글을 올리며 늑구를 응원하고 있다.

늑구닷컴 홈페이지도 생겼지만, 아무런 내용도 없다.

목격담도 조작되는 '늑구'

'주목경제' 사례된 늑구 코인…'늑구 탈출', 세상의 시선을 보여주다 [쓸만한 이슈]
오월드 늑대 탈출 초기 소방당국에 제보된 사진(왼쪽)과 대전 서구 괴정동 일대에 늑대가 나타났다며 제공된 제보사진. 모두 합성 이미지로 추정된다. /사진=뉴스1

과도한 관심이 부작용을 만들기도 했다. 늑구를 봤다며 AI로 합성한 사진이 관계 당국에 제보되면서 수색에 혼선을 빚게 했다.

경찰과 소방은 오월드 등 관계기관과 함께 늑대 탈출 첫날인 8일 오전부터 250명 규모의 수색팀을 꾸려 수색에 나섰고 이후 '늑대가 오월드 사거리에 나타났다'는 사진 제보와 신고가 접수돼 인력을 급파하면서 수색 범위를 넓혔다.

당시 인근 초등학교에는 대규모 인원이 투입돼 상황실이 꾸려졌고 대전시는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판단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제보 사진의 진위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장소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에도 늑대는 포착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늑구 탈출 사실이 알려진 8일 오전부터 온라인상에는 늑대가 동물원 사육장 울타리를 뛰어넘는 CCTV 화면 등 AI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미지들이 빠르게 퍼졌다.

경찰과 소방, 시 등에도 백 수십건의 관련 신고가 접수됐지만, 대부분 오인 신고 내지 온라인상에 떠도는 합성 사진을 근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