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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민원인도 안 돼요?" 5부제 시행 속 '주차장 뺑뺑이'…지도앱 연동 요구 속출

자원안보위기 단계 '경계'로 격상
지난 8일부터 일부 공영주차장서 5부제 시행

[르포]"민원인도 안 돼요?" 5부제 시행 속 '주차장 뺑뺑이'…지도앱 연동 요구 속출
지난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에 '승용차 5부제' 안내판이 놓여 있다. 사진=박성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민원인도 못 들어가는지 몰랐습니다. 한참 걸려 왔는데, 잠깐이라도 안 될까요?"
지난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청 주차장 차단기 앞에 설치된 '요일별 쉬는 차량 번호' 안내판을 본 운전자 최모씨(38)는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대상인지 전혀 몰랐다. 근처 민간주차장에 대야 할 것 같다"고 이같이 말하며 발길을 돌렸다.

정부가 중동전쟁 대응으로 자원안보위기 단계를 '경계'까지 격상하면서 지난 8일부터 일부 공영주차장에 차량 5부제가 시행됐으나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대상은 10인승 이하 승용차로 차량 번호 끝자리 숫자를 기준으로 요일별 주차장 입차가 제한된다.

[르포]"민원인도 안 돼요?" 5부제 시행 속 '주차장 뺑뺑이'…지도앱 연동 요구 속출
지난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청 주차장 차단기 앞에 '차량 5부제 시행' 관련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박성현 기자

이날 차량 번호가 0이나 5로 끝나는 승용차를 몰고 구청을 찾은 주민들은 입차가 제한되자 한목소리로 "5부제로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일반 시민 차량까지 막는 것은 과한 조치"라며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주차장 관리사무소를 지키던 직원은 "전기·수소차와 장애인 차량, 국가유공자 차량, 임산부나 유아 동승 차량을 제외한 모든 일반 차량은 주차할 수 없다"며 "아직 5부제 정보를 자세히 파악하지 못한 주민들이 화를 내거나 '간단한 용무이니 5분만 주차를 허용해 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하지만, 원칙인 만큼 모두 돌려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르포]"민원인도 안 돼요?" 5부제 시행 속 '주차장 뺑뺑이'…지도앱 연동 요구 속출
지난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주차장에 차량 번호가 0으로 끝나는 승용차가 주차돼 있다. 사진=박성현 기자

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에도 '오늘은 금요일. 5, 0 쉬는 날'이라고 적힌 대형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한 운전자가 "1시간 걸려 왔다. 서류 하나만 내면 된다"고 호소했지만, 굳게 닫힌 차단기 앞에서 결국 유턴했다. 한때 후진하던 차량과 진입 차량이 뒤엉키며 서로 경적을 울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다만 차량5부제를 지키지 않는 차량들도 여럿 확인됐다. 모두 장애인 차량 표시가 없었고, 전기차나 수소차도 아니었다. 주차장 관계자는 "대부분 법원 내 어린이집을 방문한 부모 차량"이라며 "잠깐 픽업하는 수준에서 허용하지만, 5분 이상 체류할 경우 일일이 찾아가 이동을 안내하고 있다. 수리 기사 차량도 들여보내지만, 이외 재판이나 소장 접수 등 개인적인 용무로 온 차량은 출입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르포]"민원인도 안 돼요?" 5부제 시행 속 '주차장 뺑뺑이'…지도앱 연동 요구 속출
지난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인근 공영주차장 차단기에 '승용차 5부제 시행 중'이라는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공공기관과 달리, 공영주차장에서는 혼선이 벌어졌다.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통시장·관광지 등 국민 경제에 영향이 큰 곳 △환승 등 대중교통 이용에 영향을 주는 곳 △주차 혼잡 지역 △교통량이 많지 않아 효용성이 적은 지역 △공공기관의 장이 제외 필요성을 인정한 곳 등을 5부제 대상 주차장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 티맵 등 대중적인 지도 애플리케이션(앱)과 5부제 주차장 정보가 연동되지 않아 시민들은 사전에 이용 제한 여부를 알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 간 프로야구 경기 시작을 3시간 앞두고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인근 공영주차장을 찾은 오모씨(32)도 차단기 앞에서 한숨을 내쉬며 민간주차장으로 차를 돌렸다.
그는 "경기 당일 고척스카이돔 내부 주차가 불가능해 조금 멀더라고 저렴한 공영주차장들을 이용해왔다"며 "충분히 주차 혼잡 지역으로 볼 수 있음에도 5부제 예외 주차장이 아니라 놀랐다. 하루빨리 지도 앱에 5부제 관련 정보가 담겨 불필요한 '주차장 뺑뺑이'를 돌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차량 5부제는 자원안보위기 단계가 하향될 때까지 유지된다.

psh@fnnews.com 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