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들 말로만 하고 실행 못해
'할 수 없는 것'만 정하고 다 풀어야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첫 규제합리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언급했다. 첨단기술·첨단산업 분야 규제는 기존 포지티브 방식을 바꿔 글로벌 스탠더드(국제표준)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사항을 법이나 규정에 명시하고 나머지는 전부 허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포지티브 규제는 이 대통령이 설명한 대로 "할 수 있는 것만 쫙 나열하고 그 외에는 절대 금지"하는 식이다.
기업 입장에선 '할 수 있는 것'만 나열한 포지티브보다 '할 수 없는 것'을 지정해주는 네거티브 방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첨단기술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기업은 끊임없이 모험심을 발휘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신사업·신기술의 전쟁터에서 '이것만 된다'는 식의 정부 규제는 기업의 의욕을 꺾고 도전을 물거품으로 만든다.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규제다.
이 대통령은 "과거 규제가 경제주체들로부터 뭔가를 뜯어내는 갈취 수단이 되기도 했다"는 말도 했다. "지금은 그 단계는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현장의 필요보다 규제당국의 필요에 의한 측면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는데 백번 맞는 말이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규제개혁과 네거티브 시스템 전환은 역대 정부의 단골 메뉴였다. 대통령들은 임기 내내 규제개선을 약속했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형트럭이 전봇대 때문에 커브를 틀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현장의 규제를 전봇대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전봇대 뽑기를 줄곧 외쳤지만 실제 정책은 그렇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규제 때문에 '천송이 코트'를 판매하지 못하는 것을 지적하며 끝장 토론도 불사했으나 큰 개선은 없었다. 문재인·윤석열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역대 대통령들이 다 규제를 신발 속 모래, 손톱 밑 가시로 지칭하며 없애겠다고 했지만 성과는 미흡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먼저 속도감 있게 규제 철폐 로드맵을 짜야 한다. 이 대통령은 "어렵더라도 과감하게, 그러면서 합리적으로 할 것"을 주문했다. 수도권 집중 문제를 풀기 위해 지역에 대규모 규제특구를 만드는 방안도 제안했다.
재계는 그동안 지역에 특화된 메가 샌드박스 도입을 요청했다. 균형발전을 위해 혁신사업가에게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메가(광역) 단위로 확대하고, 이들에게 연구개발(R&D) 인프라와 인센티브를 적극 제공하자는 의견이었다. 대통령의 제안과 재계의 요청이 일치한다. 정부는 머뭇댈 것 없이 실행계획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기업을 키울수록 더 센 규제사슬에 묶이는 불합리한 구조도 대수술이 필요하다. 계속 방치하면 중견·대기업으로 가는 기업 성장판이 닫힐 수 있다. 수도권만 타깃으로 한 역차별 규제도 바로잡아야 한다. 수도권 과밀을 막겠다고 내놓은 규제가 40년이 넘었다. 시대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다시 조정돼야 할 것이다.
오랜 규제로 이익을 본 기득권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의료, 법률, 운송, 금융 등 각종 분야에서 기존 사업자들이 쌓은 장벽이 철옹성처럼 돼 버렸다.
이들을 설득하고 모험가들에게 길을 터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정부는 규제 혁파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경제질서의 미래를 보여주고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 성역 같은 규제를 찾아내 '킹핀'을 무너뜨려야 경제체질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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