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 전국부 차장
교육부 출입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사이 발표는 숨 가쁘게 이어졌다. 고교학점제 안착 지원대책, 수능 난이도 체계 개선방안, 영유아 사교육 대책, 학원비 집중점검까지 교육정책이 쉼 없이 쏟아졌다.
정책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긴 어렵다. 아이들의 적성과 흥미, 진로를 살리고 사교육 의존을 줄이겠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문제는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다르다는 점이다. 다양성을 말하지만, 정작 아이들의 시간표는 더 촘촘해졌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애들이 너무 바쁘다. 공부도 해야 하고, 점수도 잘 받아야 하고, 학생부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도 챙겨야 한다. 애들이 차분하게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꿈을 꿀 시간이 없다."
이처럼 교육정책은 아이들의 진로와 진학의 선택 폭을 넓히겠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다양성을 키우겠다며 도입한 방안들이 아이들을 더 이른 경쟁으로 밀어넣고 진로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을 점점 앞당기고 있다.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통합형 수능, 내신 5등급제, 고교학점제가 한꺼번에 적용된다. 이제는 '내신만' 준비해서도, '수능만' 잘 봐서도 버티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
이 구조에서 학부모가 느끼는 불안은 단순하다. 아이가 나중에 목표를 찾더라도 이미 늦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고3이 돼서야 공부에 집중하는 학생, 뒤늦게 진로를 정한 학생이 대학 선택권을 넓히기 어려운 현실이 분명히 존재한다. 부모가 더 일찍 움직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유아 영어학원 열풍도 완전히 다른 현상만은 아니다.
적어도 영어만큼은 미리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려놔야 한다는 조급함 역시 같은 뿌리에서 나온 게 아닌가 생각된다.
시험 한 번으로 줄 세우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자리를 더 많은 기록과 더 촘촘한 관리가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책은 진로의 다양성을 이야기하지만, 학부모가 체감하는 현실이 "결국 모범생만 끝까지 살아남는 구조"라면 더 빠른 출발선을 찾는 움직임은 멈추기 어렵다.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일찍부터 빈틈없이 관리받는 삶이 아니라, 조금 늦더라도 자신의 속도로 꿈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나 기회가 더 많아지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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