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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美 원유 확대 불가피…전쟁 끝나도 공급망 다변화"

연합뉴스 인터뷰…"공급망 다변화는 현 정부 핵심 키워드" "4월만 무사히 넘기면 나프타 수급 불안 해소될 것으로 기대" "일본과 속도 경쟁 불필요…우리 산업 장점 살린 '윈윈' 투자"

김정관 "美 원유 확대 불가피…전쟁 끝나도 공급망 다변화"
연합뉴스 인터뷰…"공급망 다변화는 현 정부 핵심 키워드"
"4월만 무사히 넘기면 나프타 수급 불안 해소될 것으로 기대"
"일본과 속도 경쟁 불필요…우리 산업 장점 살린 '윈윈' 투자"

김정관 "美 원유 확대 불가피…전쟁 끝나도 공급망 다변화"
인터뷰하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김동규 김나영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9일 "전쟁이 끝나더라도 비중동산 원유 도입을 확대하고, 수송 루트를 다원화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고 밀어붙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최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과거 여러 번의 중동 전쟁을 겪고도 싸고 빨리 가져올 수 있다는 '경제 논리'에 밀려 다변화에 실패했지만, 이제는 시대의 흐름이 바뀌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도입 의존도가 원유는 61%, 나프타는 54%에 달한다.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김 장관은 이번 중동 전쟁을 계기로 중동과 호르무즈 해협에 종속된 국내 원유·나프타 수입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딱 필요한 만큼만 제때 들여오는 '저스트 인 타임'(Just-in-Time)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공급처를 쪼개고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 만약을 대비하는 '저스트 인 케이스'(Just-in-Case)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했다.

김 장관은 "공급망 다변화는 현 정부 내내 가져갈 핵심 키워드"라며 "싼 게 비지떡이라고 싼 맛에 한 곳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다. 민간 기업들도 이미 이 방향으로 바뀌고 있고 정부 역시 마찬가지로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 등 비중동 지역의 원유 도입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는 단순히 공급망 안정을 넘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압력을 완화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를 문제 삼는 상황에서 미국산 에너지 도입을 늘리는 것은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협상력을 높이는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장관은 "미국산 경질유는 우리 정유사가 중동산 중질유와 섞어 쓰기에 가장 편한 유종이라고 하더라"며 "중동산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미국 비중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가 대미 투자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와의 연관성을 떠나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옵션 중의 하나"라고 답했다.

김정관 "美 원유 확대 불가피…전쟁 끝나도 공급망 다변화"
인터뷰하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출처=연합뉴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수급 불안과 관련해 김 장관은 4월만 무사히 넘기면 시장 심리가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장관은 나프타를 '삼라만상의 근원'에 비유하며 석유화학 공급망의 복잡한 특성을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 만난 한 기업인은 '전에는 일주일 치 재고를 보유했는데, 이제는 한 달 치를 쌓아뒀다'며 자랑스럽게 말하더라"며 "각 단계에서 재고를 과하게 쥐고 있으니 정작 물건이 필요한 곳에서는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급망 상단의 미세한 흔들림이 하단으로 갈수록 증폭돼 거대한 파동으로 번지는 '리플 이펙트'(Ripple Effect) 현상처럼 현재의 수급 문제가 실질적인 물량 부족보다는 심리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관계부처와 협력해 품목별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물량 부족이 시급한 현장이 포착되면 공급업체를 즉각 연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 장관은 "나프타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확신이 시장에 퍼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4월만 무사히 넘기면 안정 기조가 확산할 것이며, 전쟁 상황까지 진정된다면 공급망 불안은 점차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희망하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인터뷰 내내 '정부와 기업 간의 신뢰'를 에너지 안보의 핵심 토대로 꼽았다.

특히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을 설정하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인한 기업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4조2천억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을 놓고 확고한 소신을 밝혔다.

김 장관은 "정부 정책에 협조한 기업이 희생만 강요당한다면 향후 마주할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어느 기업이 정부를 믿고 따르겠느냐"며 반문한 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에 한 번쯤 대승적 차원의 희생을 요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한 공급망 위기는 한 번의 결단으로 해결될 이슈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시장 가격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제도의 부재로 인해 취약계층이 무너졌을 때 발생할 사회적 복구 비용이 훨씬 막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취약계층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뒤에 쏟아부어야 할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지금의 보전금은 오히려 훨씬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이라고 역설했다.

김 장관은 석유 최고가격제를 고유가 파고를 막아내는 '민생 방파제'에 비유하며 제도 시행 이후 한 달의 시간이 우리 공동체가 위기를 얼마나 성숙하게 극복하는지 보여준 '리트머스 시험지'였다고 평가했다.

김정관 "美 원유 확대 불가피…전쟁 끝나도 공급망 다변화"
인터뷰하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출처=연합뉴스)

다만 그는 이러한 조치가 시장 경제체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김 장관은 "가격 개입은 어디까지나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며 "비정상적인 전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인 만큼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이른 시일 내에 제도를 종료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관세 합의에 따른 '대미 투자 프로젝트'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장관은 우리 국회가 여야 합의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을 신속하게 통과시킨 데 대해 미국 측이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시행을 위한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오는 6월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김 장관은 "미국에서도 법 제정 후 3개월 만에 공공기관을 설립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며 "공사 출범은 한국이 단순히 말로만 협력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약속을 지키는 나라라는 강력한 신뢰의 증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일본이 대미 투자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서가며 '알짜 프로젝트'를 선점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일본이 발표한 것과 실제 프로젝트 진척 속도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며 "일본 발표만 보고 일본과 속도 경쟁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 산업이 가진 포트폴리오의 장점을 살려서 '상업적 합리성'에 기반한 내실 있는 프로젝트를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changyong@yna.co.kr, dkkim@yna.co.kr, nywa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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