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 선물로 즐겨찾는 '뇌건강 개선제'
병 치료 대신할 수 없다는 점 명심해야
눈에 보일 정도의 '깜빡깜빡''어눌함'
이미 병리적 변화 진행되고 있는 상황
"조기 발견·의료기관 통한 진단이 우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모님을 위한 선물로 '기억력 개선'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소비자도 크게 늘었다. 특히 5월은 '가정의 달'로 기억력 저하를 보이는 부모를 위해 건강기능식품을 선물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선택이 오히려 치료 시기를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증상보다 먼저 시작되는 뇌 변화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발병하는 질환이 아니다. 눈에 띄는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기 훨씬 이전부터 뇌에서는 병리적 변화가 서서히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치매는 '주관적 인지저하(SCD)' 단계에서 시작해 '경도인지장애(MCI)'를 거쳐 점차 악화된다. 주관적 인지저하는 검사상 뚜렷한 이상이 없지만 스스로 기억력 저하를 느끼는 단계이다. 경도인지장애는 객관적인 인지 저하가 확인되지만 일상생활은 유지되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물질이 바로 베타아밀로이드다. 베타아밀로이드는 정상적으로도 생성되지만, 일정 수준 이상 축적되면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방해하고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초기에는 작은 단위로 존재하다가 점차 '올리고머' 형태로 응집되며 독성이 증가하고, 이후 플라크로 발전하면서 뇌세포를 손상시키고 뇌 위축을 초래한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수년 전부터 진행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이 "치매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뇌세포 손상이 진행된 이후에는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기 전 혹은 초기 단계에서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영양제' 시장 확대… 혼란 커지는 소비자
최근 '기억력 개선', '인지 기능 향상'을 내세운 건강기능식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소비자 혼란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성분으로는 포스파티딜세린, 오메가3, 은행잎 추출물 등이 있다. 특히 포스파티딜세린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성장하며 관련 제품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수준의 기능성만 인정받는다. 의약품처럼 특정 질환 치료 효과를 입증하거나 적응증을 부여받지 않는다.
문제는 광고와 마케팅 방식이다. 임상 용어를 활용하거나 전문가 인터뷰 형식을 차용한 홍보가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이 의약품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하게 만드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또한 건강기능식품은 제품별 성분 함량과 배합이 달라 동일 성분이라도 효과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 인지 기능 지표 개선이 관찰된 사례가 있지만, 대상 규모나 기간이 제한적이며 치매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 효과로 인정된 근거는 부족하다.
결국 이러한 제품은 '보조적 영양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질환 치료를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치매는 단일 원인 질환이 아니다. 노화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청력 저하, 사회적 고립, 흡연, 음주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특정 성분 하나로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같은 성분이라도 다르다… 건기식 vs 의약품
소비자들이 가장 혼동하기 쉬운 부분은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의 차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은행잎 추출물이다.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 모두 동일한 원료를 사용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용량과 관리 기준이다. 건강기능식품은 하루 섭취량이 약 150mg 수준으로 제한되는 반면, 의약품은 통상 240mg 용량이 사용된다. 주요 임상 연구에서도 이 용량이 기준으로 활용된다. 또한 의약품은 성분 함량이 일정 기준에 따라 표준화돼 관리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제품마다 함량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동일한 '은행잎 추출물'이라도 실제 효과와 신뢰도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치매 예방이나 치료 목적이라면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의료기관을 통한 처방과 관리가 필요하다.
과도한 기대와 잘못된 선택은 오히려 치료 시기를 늦추고 결과를 악화시킬 수 있다.
신경과 전문의들은 "기억력 저하나 집중력 감소가 느껴진다면 먼저 의료기관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우선"이라며 "검증된 의약품은 임상 근거와 용량 기준이 확보돼 있는 만큼 필요 시 의료진 판단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부모님의 건강을 생각해 준비한 선물이 오히려 치료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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