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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년보호제, 제대로 작동하나

[기자수첩] 소년보호제, 제대로 작동하나
장유하 사회부 기자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 아이가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기 위해선 가정뿐 아니라 학교와 지역사회, 국가의 보호와 개입이 함께 필요하다는 뜻이다. 최근 재점화된 촉법소년 논쟁도 이 말과 맞닿아 있다. 일부 소년범죄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며 촉법소년 기준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고, 연령 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반론이 맞서며 논의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촉법소년 연령 조정을 논의해온 사회적대화협의체는 최근 현행 기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논의가 '연령을 낮출 것이냐, 유지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지는 동안 정작 더 중요한 질문은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 현행 소년보호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촉법소년 제도는 단순히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형사책임을 면제해 주는 장치가 아니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소년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하고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형벌보다 보호와 교화를 통해 다시 사회로 돌아올 기회를 주겠다는 게 본래 취지다. 제도의 핵심은 '처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책임 있게 보호하고 변화시킬 것인가'에 있다.

하지만 현장은 이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 보호와 교화를 말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기반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돌봄이 필요한 위기 청소년에게 '대안 부모' 역할을 하는 청소년회복지원시설은 충분하지 않고, 가정과 사회로부터 분리가 필요한 소년의 재사회화를 돕는 6호 처분시설도 전국 8곳에 그친다. 치료와 회복이 필요한 소년을 위한 의료 인프라와 사후관리 인력 역시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를 외면한 채 나이 기준만으로 촉법소년 문제의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 먼저 우리 사회가 소년을 보호와 교화로 이끌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전제가 흔들린다면 현행 유지는 방치로, 연령 하향은 엄벌 요구에 떠밀린 임시처방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이제 논쟁은 소년을 방치하지 않되 피해자의 고통도 외면하지 않는 제도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촉법소년 연령 논쟁이 남긴 더 어려운 숙제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온 마을이 무심하면 한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지금 필요한 건 숫자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소년을 다시 붙잡아 세울 수 있는 사회의 책임을 묻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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