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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11월 美 중간선거 관전법

[특파원 칼럼] 11월 美 중간선거 관전법
이병철 뉴욕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중간선거의 시간표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공화당은 아직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지만 워싱턴 정가 분위기에는 벌써 긴장감이 감돈다. 미국 정치에서 중간선거는 사실상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투표에 가깝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처럼 지지층 결집형 정치인의 경우 중간선거 성적표는 곧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생존력과 직결된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의 상황이 트럼프 1기였던 2018년과 묘하게 닮았다는 점이다. 다른 점도 있었지만 낮은 지지율은 비슷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2%선에서 움직였다. 현재는 더 낮다. 최근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34~37%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7% 수준으로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세력의 콘크리트 지지는 유지되고 있다. 낮은 천장과 높은 바닥을 동시에 유지하는 모습이다.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전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차이점은 1기 때는 내부 전쟁이었다면 지금은 외부와의 전쟁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1기 중간선거의 핵심 이슈는 국내 정치와 문화전쟁이었다. 당시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진행 중이었고,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성폭행 의혹 논란이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선거 직전에는 민주당 인사들을 겨냥한 파이프 폭탄 발송 사건까지 발생했다. 여기에 중남미 이민자 카라반 논란과 미투(MeToo) 운동까지 겹치며 젠더·이민·인종 갈등이 선거를 지배했다.

경제는 나쁘지 않았다. 실업률은 낮았고 감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체감되던 시기였다. 증시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공화당은 하원을 민주당에 내줬지만 상원 의석은 오히려 늘렸다.

집권 1기 중간선거 전에는 미국 내 문화전쟁을 치렀다면 지금은 이란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시작된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한 4~6주를 훌쩍 넘기고 있다. 아직 뚜렷한 출구 전략도 찾지 못한 상태다. 지금 미국 유권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는 인플레이션과 휘발유 가격이다.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쟁 이후 51% 급등해 갤런당 4.52달러까지 치솟았고, 미국 소비자들이 전쟁 이후 추가로 부담한 연료비는 약 400억달러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도 미국인들은 생활비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전쟁과 에너지 가격 충격을 지목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적이다. 트럼프 정치의 핵심은 언제나 '생활비'였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인플레이션을 공격하며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지금은 같은 문제가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지지층 내부의 미세한 균열이다. 트럼프 지지층 내부에서도 "왜 미국이 또 중동전쟁에 깊게 개입하느냐"는 피로감이 나오고 있다. MAGA 진영 핵심인 고립주의 성향 유권자들에게 이란전쟁은 애초 트럼프가 약속했던 노선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지난해 공화당 강경 보수 성향 여성 의원이었던 마저리 테일러 그린이 돌아섰고 올해 보수 논객으로 MAGA 내에서 영향력이 있는 터커 칼슨이 이탈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뼈아프다.

1기 때의 변수가 스캔들과 이념이었다면 2기의 변수는 전쟁과 지갑이다.
미국인들이 총선일 투표소로 향할 때 떠올리는 것은 이란의 지도자가 아니라 주유소 가격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끝나면 휘발유 가격은 내려가고 생활비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두려운 적은 테헤란이 아니라 미국 가정집 차고 앞 주유 영수증이 될 수도 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뉴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