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연 생활경제부 차장
지난 1980년 5월 18일 신군부 세력이 주도한 권력의 국가 폭력에 맞서 광주시민들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피로 맞섰다. 대한민국은 이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매년 5월 18일을 국가 차원의 기념일로 정하고, 엄숙한 슬픔과 연대의 분위기로 채우고 있다.
하지만 올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은 이른바 '데이(Day) 마케팅'으로 얼룩지면서 국민들의 유감과 분노를 사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18일 '탱크데이' 이벤트를 진행하며 텀블러 상품과 함께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이 화근이다. 온라인에선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탱크 투입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때 발표 문구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스타벅스는 당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급하게 마케팅을 철회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까지 나서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이사를 경질하고 사과문도 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남긴 씁쓸한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마케팅 기획 단계부터 최종 승인에 이르기까지, 주요 결정 라인에서 마케팅 문구에 대한 부적절함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시스템 공백이 뼈아프다. 단순한 기획의 실수라기보다 자본이 역사의 무게를 얼마나 가볍게 여길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2년 남짓 식품 분야을 담당하면서 알게 된 점은 식품·프랜차이즈 기업들의 마케팅 스케줄은 1년 내내 쉬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등 수많은 '○○데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한다. 영리를 위한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데이 마케팅은 특정 기념일(○○데이)을 활용해 해당일에 맞는 상품·서비스의 판매를 촉진하는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그러나 5·18민주화운동은 결코 소비의 변명이 될 수 없다. 수많은 이들의 피와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유가족들의 아픔은 진행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날을 '지나가는 이벤트'로 여기고 상품 판촉과 연계하려 한 발상 자체가 안타깝다.
스타벅스코리아는 국내에서 그동안 다양한 상생 모델과 사회공헌 활동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온 브랜드다.
진정한 사회적 책임은 사회가 공유하는 가장 아픈 기억과 가치를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번 스타벅스 사태는 단순히 기업의 마케팅 실패를 넘어 '기업의 역사인식'과 '상업주의의 경계'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내 모든 기업을 망라하여 중요한 선례가 되길 바란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생활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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