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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상 최대 밀가루 담합 적발, 문제는 솜방망이 처벌

7개 제분사에 과징금 6710억 부과
빵값 등 올라 소비자에 피해 전가

[사설] 사상 최대 밀가루 담합 적발, 문제는 솜방망이 처벌
20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밀가루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조동아원, 대한제분, CJ제일제당 등 국내 7개 제분사들에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6710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으로 짬짜미를 한 기간은 2019년 11월부터 6년간이라고 한다.

제분사들이 가격을 담합하면 제빵·제과·제면 업체들이 비싸게 밀가루를 살 수밖에 없고 제조 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올린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실제로 가격담합 1년 만에 밀가루 값은 제분사별로 38∼74%까지 올랐다. 그만큼 빵이나 국수 값도 올랐을 것이다.

제분사 대표자나 실무자들은 짬짜미를 위해 55차례 만나 가격을 올리기로 의논했다고 한다. 7개 제분사는 기업간거래(B2B) 밀가루 판매시장에서 87.7%의 점유율을 차지해 밀가루 가격을 조종하기가 용이했다. 소비자들은 그런 사실을 알 길이 없다. 이 업체들은 2006년에도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적이 있는데도 다시 담합 행위를 저질렀다.

특히 국제 원맥값이 오르던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 사이에 정부로부터 471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고 한다. 담합 여부를 까맣게 모르던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까지 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 돈으로 제분사들은 이익을 많이 내 월급을 올려주었을 것이다. 죄질이 매우 무겁다.

담합은 은밀하게 이뤄지므로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6년간이나 그런 짓을 했는데도 공정위의 레이더에 걸려들지 않았다. 담합은 소비자, 국민 다수에게 피해를 주므로 당국은 눈에 불을 켜고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지 감시해야 한다. 가만히 있어서는 찾아내기 어렵다. 적발해 내는 효과적인 수단은 내부 고발이다. 많은 포상금을 주어서라도 고발을 독려하여 피해가 커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

제분사들의 담합은 시장 전체로 볼 때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특히 독과점 품목들에서 담합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은 정부 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엄정한 처벌만이 담합을 막을 수 있다.

문제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과징금을 깎아주는 사법부도 문제지만 그전에 공정위의 느슨한 태도도 문제다. 최근 제당업계의 담합을 적발한 공정위는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하고도 과징금 부과 기준율을 15%로 낮게 정하고 그러고도 20%나 감경해 주었다고 한다. 감경 이유가 조사에 잘 협조해 주었기 때문이란다.

이런 어이없는 결정이 나오는 이유는 공정위 출신 퇴직자들이 로펌에 취업해서 업체들과 밀착하는 관행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전관예우와 다르지 않다.
공정위의 현직과 전직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행태 자체가 담합이다. 이런 전관예우가 먼저 사라져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업계의 담합은 척결되기 어렵고 적발돼도 이득 본 금액보다 훨씬 적은 과징금만 내면 되니 담합이 뿌리 뽑히지 않고 재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