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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전 성과급 논쟁이 던진 후폭풍이 더 걱정이다

직무평가 및 보상체계 뿌리 흔들
흔들린 조직 결속력 복원도 시급

[사설] 삼전 성과급 논쟁이 던진 후폭풍이 더 걱정이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이 우리 산업계와 사회 전반에 큰 숙제를 던졌다. 노사 갈등이 심화될수록 국내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크다거나 노조의 집단이기주의를 질타하는 관점은 피상적인 접근이다. 이번 사태의 최선의 선택은 잘해봐야 봉합일 뿐이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진짜 싸움은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 이후부터라고 봐야 한다.

우선, 삼성전자 내에서 노사 간 이익 분배 충돌은 산업계 전체의 숙제가 됐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직원 성과급으로 배분한다는 '이익 공유'는 삼성이라는 한 기업 내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산업으로 퍼져나가게 됐다. 일각에선 해외 일부 기업들에서 이미 이익 공유를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의 문제에 앞서 한국의 산업과 제도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더구나 이런 성과 공유 논쟁은 기존의 기업 조직문화에 큰 혼란을 낳을 것이다. 기존의 인사평가 체계와 보상 구조 전반이 흔들리게 생겼다. 이 물음에 대해 산업계와 정부, 노동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시간이 왔다.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하는 합의의 틀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삼성에서 불붙은 불씨는 산업 전체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삼성 내부에 있다. 이번 사태를 거치며 수면으로 드러난 노노 갈등이다. 삼성전자 내 부문별로 이익을 나누는 것에 대한 입장이 달라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이렇게 직원들 간 적대적 감정의 골은 하루아침에 봉합될 성질이 아니다. 수십년간 '삼성인'이라는 정체성 아래 단단히 묶여 있던 조직 결속력에 깊은 금이 간 것이다.

이처럼 삼성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경쟁력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조직문화를 재건해야 하는 큰 과제 앞에 놓였다. 지금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경쟁력 회복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는 시점이다. 대만의 TSMC와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뿐만 아니라 미국의 엔비디아, 인텔 등과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시점이다. 글로벌 경쟁 기업들은 내부 구성원 모두 기업의 비전을 공유하며 한 방향으로 달리는 강력한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다.

기술력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다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게 아니다. 일사불란한 조직문화가 가동돼야 최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런 경쟁력을 주도하는 건 기업 내 화합의 조직문화와 인재들의 협력 시스템에 있다. 애플과 TSMC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내부를 결집하고 기술 혁신으로 돌파해 온 경험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성과급 논쟁으로 촉발된 조직문화 위기는 더욱 뼈아프다.

삼성이 진정 글로벌 일류 기업을 표방한다면, 지금 당장 가장 공들여야 할 것은 성과급 숫자가 아니라 무너진 신뢰와 조직 결속력의 복원이다. 경영진은 구성원들이 회사의 방향과 가치를 다시 공유할 수 있도록 내부 소통방식을 근본부터 되짚고, 구성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조직문화 혁신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단기 처방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진정성 있는 노력을 요구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의 조직문화를 재건하는 과정은 우리 사회와 다른 기업들도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기업 경쟁력과 구성원의 공정한 보상 간 균형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