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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이익 미래투자 유도하는 日 정책 주목해야

다카이치 성장 투자 새 지침 내놓아
金 노동장관은 "이익 사회 재분배"

[사설] 기업 이익 미래투자 유도하는 日 정책 주목해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 정부가 기업 이익이 주주환원보다 성장을 위한 투자에 활용되도록 유도하는 지침을 내놨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이 최근 마련한 새 성장투자 지침은 기업이 첨단 미래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자사주 매입에 치중하는 관행이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눈길을 끈다.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이 기업의 지출 경쟁력을 따져보고 있는 것이다.

다카이치 정권은 '강한 경제'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했다. 기업 이익을 단기 환원에 소진하지 말고 성장 투자로 돌려 경제규모를 키우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첨단산업 투자를 통해 기업 수익, 임금, 소비, 세수가 함께 커지는 선순환을 노리고 있다. 과거 아베 정권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일본 기업에 주주환원과 자본의 효율성을 요구하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정권은 그 흐름을 성장투자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새 성장투자 지침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반도체 호황으로 급증한 기업 이익을 '지금 나눠먹기'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에게 일본의 정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도체 기업 노조들이 이익 N% 성과급 할당을 끌어내면서 사회 전체가 이익 쟁탈전에 빠지고 있다. 이미 자동차·조선의 강성 노조들은 회사의 순이익,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5%를 요구하며 결렬 시 6월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N% 성과급이 뉴노멀로 굳어지고 산업계 표준이 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까지 이익분배 압박에 가세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7일 "대기업 초과이익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할 방법을 찾기 위해 긴급 토론회를 열 것"이라고 했다. 앞서 청와대 정책실장은 인공지능(AI) 호황 과실의 일부는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측은 초과세수 배당을 뜻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김 장관의 발언을 보면 정부의 진심은 이익분배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세계 산업질서는 거대한 전환기에 있다. AI, 자율주행, 첨단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산업들은 모두 천문학적인 규모의 선제투자를 요구한다. 경쟁국들은 승기를 잡기 위해 투자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은 27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현지 본부 기공식에서 연간 1500억달러(약 207조원)를 대만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칩과 패키징, AI 슈퍼컴퓨터를 여기서 만들고 대만을 AI 혁명의 심장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와 폭스콘, 위스트론 등 AI 서버 제조사들과 AI 생태계를 확고히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들은 한국 반도체의 핵심 경쟁사들이다.

분배의 늪에 빠져 투자 타이밍을 놓치면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기술경쟁에서 밀리면 순식간에 낙오될 수도 있다. 일본이 투자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초과이익 배분에 빠져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정부가 앞장서는 것은 더 큰 문제로 포퓰리즘적 태도로 비친다.
이익이 성장을 위한 투자에 쓰이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다.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대해 냉철한 중재자 역할을 해야 마땅하다. 기업의 이익은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재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