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타결 직전에 다시 흔들리고 있다.
양측 실무진이 마련한 이란과의 잠정 합의안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인하지 않은 가운데, 이란 측은 "선제 조치와 확실한 보장 없는 합의는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가시적인 행동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31일(현지시간) 국영 매체를 통해 "우리의 유일한 기준은 우리가 상응하는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가시적인 결과를 먼저 얻어내는 것"이라며 "선(先) 조치 및 확실한 보장 없는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회 의장으로 재선된 갈리바프는 이날 의장단과 함께 공식 선서를 마친 직후 "적의 말과 약속은 신뢰할 수 없다"며 미국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측 협상팀이 마련한 잠정 합의안을 거부하고 더 강화된 조건을 담은 수정안을 이란에 보낸 데 대한 직접적인 반응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당국자 3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파키스탄 등의 중재로 진행되는 협상 과정에서 이란 측의 답변이 늦어지는 데 좌절감을 느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협상 지연에 대한 불만과 특정 조항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핵 합의를 줄곧 비판해 온 만큼, 이번 합의안에 포함된 이란 동결 자금 해제 조항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더 강한 제안'이 역설적으로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한 압박 카드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기존 합의안을 신속히 수용하도록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이 강화됐는지는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수정안 발송이 오히려 협상 전체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파키스탄 등 중재자들을 통해 어렵게 조율된 합의안이 바뀐 만큼, 최고지도자와의 접촉 자체가 어려운 이란의 내부 결재 절차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양측이 논의해 온 잠정 합의안의 핵심은 60일 휴전 연장하에 군사 행동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맞바꾸는 것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시작한 군사 작전을 멈추는 대신, 이란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란의 핵 프로그램 미래와 같은 가장 민감하고 까다로운 쟁점들은 이번 합의에서 제외됐다.
이 문제들은 추후 이어질 후속 협상에서 다뤄질 예정이어서 이번 MOU는 완전한 종전이 아닌 '불안한 휴전'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2시간에 걸쳐 고위 참모들과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회의가 끝난 뒤에도 어떤 결정도 공식 발표하지 않아 최종 결정을 두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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