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D 평가 대만 4위, 한국 21위
확실한 체질 개선으로 대도약을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한 학생이 채용정보 게시판 앞에 앉아 있다./사진=뉴시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6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70개국 중 2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27위에서 6계단 뛴 성적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인 '30-50 클럽' 7개국 중에선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그러나 수치의 이면을 자세히 보면 꼭 좋아할 것도 없다. 우리 경제의 문제점과 한계가 노출돼 있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2024년 20위로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비상계엄 등 정치 혼란의 여파로 다음 해 27위까지 7계단이나 추락했다. 이번 21위는 정치적 리스크 충격에서 벗어나 제자리를 찾은 것일 뿐이다. 오히려 몇 년의 발전 시간을 허비했다고 보는 게 맞다.
순위 면에서 경계할 대목이 엿보인다. 대만은 4위, 중국은 12위로 한국을 멀찌감치 앞섰다. 특히 대만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우리와 정면으로 경쟁하는 나라다. IMD의 조사 신뢰도를 전적으로 의존한 필요는 없으나 경각심을 갖는 수준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상위 '톱5'의 공통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싱가포르, 홍콩, 스위스, 대만, 아랍에미리트(UAE) 모두 인구가 적거나 도시국가형에 가까운 소규모 개방경제다. 몸집이 작을수록 정책 결정과 제도 개선의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국형 성장 모델을 모색할 때 강소국가의 경쟁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기업 효율성이 34위로 10계단, 인프라가 15위로 6계단 뛴 것은 긍정적이다. 문제는 경제성과 분야는 3계단 떨어졌는데 물가부문은 30위에서 40위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고용부문도 5위에서 7위로 내려가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국가경쟁력 순위는 올라갔지만 국민이 실생활에서 체감적으로 느끼는 물가와 일자리 지표는 나빠졌다는 뜻이다. 경제성장 지표는 나아지는데 체감도는 떨어지는 K자형 양극화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 살림살이가 좋아지도록 이끄는 게 정부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환경을 둘러싼 신호도 엇갈린다. 노동시장 순위는 53위에서 45위로 올랐다지만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더구나 정부 효율성 분야의 기업 여건이 50위에서 53위로 오히려 떨어졌다. 우리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자면서 규제 완화와 기업환경 개선을 계속 강조해 왔다. 그런데 실제 평가에서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말로는 혁신과 개혁을 외치면서 현장에서는 변화가 더딘 것 아닌지 우리 내부의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를 '경제 대도약 원년'으로 선언했다. 인공지능(AI)·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총력을 펼쳐야 한다.
국가 경쟁력을 상위권으로 올리려면 몇 가지 경쟁력을 높인다고 되는 게 아니다. 확실한 경제체질을 개선해야 상위권 도약이 가능하다. 단순히 말로만 노동개혁과 기업여건 개선을 떠든다면 치열한 글로벌 경쟁력에서 자연도태를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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