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연금 혜택은 4050 차지
미래 부담만 떠안게 된 2030
대통령 공소취소 특검 강행 등
기득권발 불공정에 쌓인 분노
투표용지 부족사태로 분출돼
공정성 보장이 유일한 해결책
구본영 논설고문
'앵그리 영맨'(성난 젊은이들)의 귀환일까. 지난 6·3 지방선거를 전후해 2030세대 청년층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애초 정치 무관심층으로 꼽혔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여야 격전지 투표장에서 캐스팅보터로 나섰다. 특히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벌어진 서울 올림픽공원 시위를 주도 중이다. 정치적 구심점도 없는 청년층의 자생적 결집은 한국 정치사를 통틀어 흔치 않은 풍경이다.
선거전 초반부터 거대 여당의 압승이 점쳐졌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야당이 궤멸적 참패는 면할 수 있을지가 남은 관심사였을 정도로. 하지만 예상 밖의 결과가 나타났다. 광역단체장 기준으로 여당이 12대 4로 이겼지만,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은 야당의 몫이었다. 선거 전문가들은 여당의 '공소취소 특검' 발의가 이변을 불렀다고 봤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지우기 위한 불공정한 기도에 청년층·중도층이 등을 돌렸다는 뜻이다.
물론 단일 요인으로 선거전을 평가하긴 어렵다. 서울시장 선거전은 징벌적 부동산 세제가 결정적 변수였다. 이 대통령은 선거에 앞서 다주택자는 물론 비거주 1주택자까지 압박하며 집값 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외려 매매·전세·월세 가격이 모두 오르면서 저소득층·청년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대출규제의 덫에 걸린 이들은 '월세 지옥'에 갇혔다. 변수가 뭐든 청년층의 분노를 빼곤 선거 결과를 설명할 수 없는 셈이다.
현 정부는 코스피 열기를 끌어올리는 데 진심이었다. 하지만 청년층에겐 '당신들의 천국'(이청준의 소설 제목)일 뿐이다. 소설 속 섬사람들은 대규모 간척으로 낙토를 만들자는 소장의 제의에 시종 회의적이었다. 뭍과 격리된 삶을 진짜 천국으로 믿을 수 없어서다. 작금의 현실에서 2030이 진정 원하는 것도 안정된 일자리지 주식 대박은 아닐 법하다. 4050세대와 달리 주식을 살 종잣돈조차 없는 그들이다. 2030에 고유가지원금이나 탈모치료제 건보 적용 등 선거용 정책이 통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미래 세대인 자신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2030세대가 딱히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 같진 않다. 출구조사에서 이들 중 다수가 서울시장감으로 이 대통령이 꽂은 정원오 후보 대신 오세훈 후보를 고른 건 확인됐다. 그러나 잠실 집회에서 청년세대는 "재선거" "참정권 보장" 등을 외쳤지만 장동혁 대표 등 현장을 찾은 국힘 측과 거리를 두려는 기류를 보였다.
다만 이들이 이재명 정부에 호의적이지 않은 건 사실이다. 일련의 여론조사 추이를 보라. 지난 11일 공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18~19세(27%), 30~39세(29%) 지지도는 40대(57%), 50대(59%)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17일 조원씨앤아이의 이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 조사 결과도 유사한 추세였다. 40대(긍정 56.0%)와 50대(긍정 56.8%)에서는 긍정 평가가 우세를 보였지만, 20대(긍정 32.0%·부정 61.4%)와 30대(긍정 34.6%·부정 64.9%)에서는 부정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이는 내란 프레임으로 야권을 잘 몰아붙였다고 보는 여권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지점이다. 반면 제3자적 시각에서 보면 공정이 최우선 가치인 2030의 눈높이를 못 맞춘 업보라 봐야 할 듯싶다. 비상계엄 자폭극 이후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이미 동반 구속됐다. 그런 마당에 현 정권의 오만한 행태가 시야에 어른대자 2030은 윤 정권에 분노했던 때와 같은 잣대로 행동에 나선 격이다. 여당의 공소취소 특검 발의에 응징 투표로 맞서거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기화로 거리로 뛰쳐나온 배경이다.
2030의 이례적 결집은 여야나 보수·진보를 떠나 기득권의 위선에 대한 불만의 표출일 수도 있다. 이를테면 "올림픽공원에 청년들이 태극기를 들고 모인 건 공정하지 않은 사회, 기득권이 독점한 권력에 대한 분노"(강원택 교수)라는 관점이다. 현 정부의 중추세력인 86그룹도 한때 민주화 세력이었을지언정 청년세대의 눈엔 기득권 집단일 뿐이다. 2030은 주로 현 여당이 집권하거나 다수당일 때 성장한 세대인 까닭이다.
우리 사회가 이제 2030의 이런 누적된 분노를 직시할 때다.
병사 월급 인상과 선택적 모병제 등 생색내기로 이를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일자리와 자산 양 측면에서 세대 간 양극화는 갈수록 더 심해질 참이다. 여든 야든 이를 풀 해법은, 청년층에게 공정은 생존의 문제임을 인식해야만 찾을 수 있을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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