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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호남 반도체’ 문제 없다 장담 말고 여건 잘 따져야

기후부 "현재 전력·용수로도 충분"
가뭄 등의 다양한 변수도 고려하길

[사설] ‘호남 반도체’ 문제 없다 장담 말고 여건 잘 따져야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가운데)과 이상휘 의원(오른쪽)이 25일 청와대를 방문해 정을호 정무비서관에게 광주·전남권 제2국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분위기에 항의하는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이인선 의원실 제공. /사진=뉴스1
호남권 반도체 산단 신설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안에 단지를 완공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등을 과연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느냐를 놓고도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일 호남 반도체 산단의 인프라 문제에 대해 방송에 출연해 언급했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영산강과 섬진강을 합하면 7개 댐이 저장하고 있는 물의 양이 약 15억t인데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전력 공급에 대해서도 김 장관은 "호남은 한빛 원전 6개와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에너지원이 풍부한 곳"이라며 "6.3기가와트(GW)가 필요한데 현재 3~5GW 정도의 전력이 여유가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의 설명대로만 된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나. 그러나 현실은 김 장관의 말처럼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용수가 충분하다고 해도 가뭄이 들면 사정이 달라진다. 기후변화로 홍수와 가뭄이 번갈아 발생하는 상황에서 마냥 낙관하는 태도는 좋지 않다. 2022~2023년 서남권 가뭄이 극심했을 때 동복댐과 주암댐 저수율은 10%대에 불과했다. 섬진강은 4대강 공사도 반발로 취소됐었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돌아가야 한다. 물을 공급할 수 없다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전기 또한 마찬가지다. 한빛 원전이 있다고는 하지만 여유가 있다는 전력의 원천은 신재생에너지다. 풍력이나 태양열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크게 달라진다. 안정적인 공급원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공급이 끊기지 않는 전력원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원전뿐이다. 용수와 전력 외에도 공장 건설과 가동에 필요한 주요 인프라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송전 시설도 그중의 하나다.

호남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한 이상 이제는 소모적 정치적 논쟁은 중단해야 한다. 과정이 비록 썩 투명하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건설 지역이 정해졌으므로 산단을 이 대통령이 약속한 시간 안에 완공하고 제반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

당연히 산단 건설과 운용에 필요한 여건을 어떻게 확보할지 고민하겠지만 철저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한 치의 모자람이 없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시간이 걸려도 원전을 호남지역에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용인 반도체 산단 건설이 늦어지는 이유는 바로 전력과 용수난 때문이다. 호남 산단도 비슷한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무조건 문제가 없다고 호언장담할 계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사업의 당사자인 기업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의견을 귀담아듣고 반영해야 한다. 설령 입지를 정할 때는 그렇지 못했다 해도 이제부터는 그들의 주장과 요구를 우선시해야 한다.

전력과 용수뿐만이 아니라 산단 건설에 필요하다면 관련 제도도 정비해야 하고 규제도 풀어야 한다.
근로시간 규제를 풀어주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도입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 지역에만 가능할지는 몰라도 할 수 있는 지원책은 다 꺼내들어야 성공적으로 출범할 수 있을 것이다. 야당도 이제는 협력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것은 국익을 해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