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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視角] 이제는 선관위가 답할 때

[강남視角] 이제는 선관위가 답할 때
정지우 사회부장
최근 5년 동안 치러진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선거관리 사고는 모두 184건이다. 파이낸셜뉴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선거인명부 착오와 투표용지 관리, 회송용 봉투 오류, 투표함 관리, 개표 결과 오입력까지 유형은 다양했지만 공통분모는 뚜렷했다. 자료를 들여다볼수록 눈에 들어온 것은 사고 건수보다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이다. 서울 잠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선거관리 부실이 우연히 발생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선과 총선, 지선은 선거 방식과 규모가 서로 다르다고 해도 자료 속의 사고 패턴은 사실상 동일했다. 사전투표 과정에서는 회송용 봉투와 투표지 관리 문제가 이어졌고, 투표소의 경우 선거인명부 착오와 투표용지 오교부가 잇따라 발견됐다. 개표 단계도 예외는 없었다. 투표함 관리와 결과 입력 오류가 연이어 확인됐다.

물론 모든 사고를 같은 무게로 볼 수는 없다. 단순한 행정착오도 있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미세한 유형도 나왔을 것이다. 다만 선거가 바뀌어도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다시 나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 번이라면 현장 문제로 치부하더라도, 같은 잘못이 여러 선거에서 재차 등장한다면 시스템 전체를 다시 들여다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지선 사고 건수는 51건이다. 선거인명부 관리 부실, 이중투표, 투표함 관리, 개표 결과 오입력 등 투표 절차와 직접 연결되는 부분이 상당수다. 2022년 지선 때와 유사하다. 당시 13건보다 약 4배 많다는 점만 다르다. 그래서 더욱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선거는 결과뿐 아니라 절차에 대한 신뢰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제도다. 선관위가 다른 행정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복되는 사고를 모두 현장 직원의 실수로 돌리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선거는 중앙선관위와 지방선관위, 투표소·개표소 현장 인력이 동시에 움직이는 업무다. 명부 확인, 투표용지 교부, 봉투 관리, 투표함 이송, 개표 입력이 이들의 협력 속에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지는 만큼 교육과 매뉴얼, 점검 체계가 중요하다. 따라서 같은 절차에서 착오가 되풀이된다면 어느 단계에서 관리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사고를 한 덩어리로 묶어 '현장 착오'라고 넘겨버리면, 다음 선거에서도 반복된다는 것이 수치로 확인됐다.

선관위가 그간 교육을 강화하고 각종 매뉴얼을 보완해 왔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교육이 현장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인지, 인력이 부족한 것인지, 기존 매뉴얼이 실제 투표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향후 사안별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국정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명부 관리, 투표용지 교부, 투표함 관리, 개표 입력 가운데 어느 절차를 어떻게 고치겠다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해외라고 완벽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선거 때마다 우편투표와 개표 지연 문제가 논란이 되고, 일본 역시 투표용지 교부 착오나 개표 오류가 보고된다. 영국은 선거가 끝난 뒤 독립기구가 운영 전반을 평가하고 개선 권고를 국민에게 알린다. 그러나 사후점검 방식에선 우리와 차이가 난다. 사고를 공개하고, 원인을 분류하며, 다음 선거 전까지 개선 권고 이행 여부를 다시 확인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주민등록등본을 잘못 발급하면 다시 발급하면 된다. 세금이 잘못 부과되면 이의신청과 정정 절차가 있다. 반면 투표와 개표는 한 번으로 끝난다. 선거 후에는 없었던 일로 되돌릴 방법이 없다.
이런 이유에서 선거관리 사고는 사후 해명만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설명과 개선책이다. 동일한 사고가 왜 다시 나왔는지, 다음 선거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까지 선관위가 이제는 내놔야 한다.

jjw@fnnews.com 정지우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