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현 금융부장·마켓부문장
전국이 폭염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한파'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다. 당장 '살 집' 마련을 위해 돈이 필요하지만 은행이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대출 한파'에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다. 지난해 6·27 대책을 시작으로 10·15 대책, 서울과 수도권의 규제지역 확대까지 고강도 대출규제가 연달아 나오면서 주택담보대출은 최대한도 6억원, 담보인정비율(LTV)은 40%로 묶인 상태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총량 관리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문턱을 한 단계 더 높이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대출모집인을 통한 접수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부터 대출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하는 전례 없는 초강수를 뒀다. 20년 가까이 전셋집을 옮겨다닌 40대 A씨는 "이제 겨우 전세를 졸업하나 했는데 대출 계획이 꼬이고 있다. 이 와중에도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어 아내의 바람과 달리 눈높이를 낮춰가는 중"이라고 했다.
지난 9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76조원에 육박한다. 지난달 말과 비교하면 불과 7영업일 만에 1조원이 넘게 늘었다. 무엇보다 올해 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약 4조3400억원)를 이미 80% 이상 채웠다. 일부 시중은행은 목표치를 넘어섰고, 특히 B은행은 목표치의 1.3배 수준으로 불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 같은 증가세라면 한 달 안에 모든 은행이 연간 목표치를 초과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연간 목표치를 초과하는 은행은 '내년 관리 목표에서 초과분을 차감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은행들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반기 '대출 절벽' '대출 빙하기'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획일적으로, 전방위적으로 대출을 옥죄면 청년과 중산층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을 위한 자금조달 창구까지 막힐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13억원 수준이다. 누구든 현금을 10억원 가까이 쥐고 있어야 내집마련이 가능한 셈이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공개토론회를 연달아 개최한다. 14일 공급, 15일 금융에 이어 16일에는 세금을 주제로 각각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대토론회를 직접 주재하며 여러 의견을 듣기로 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정부가 정답을 다 알고 있다고 여기지 않겠다" "정부가 생각지 못한 것을 국민들이 짚어주면 듣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은 맞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0%로 추정된다. 세계 최고 수준이던 2021년 말(98.7%)보다는 낮아졌지만 주담대 수요가 높아 개선세가 더디다는 평가다. 하지만 대출규제만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얼마간은 집값을 붙잡을 수 있어도 그 효과가 오래 가지는 못한다. 이는 과거 사례를 봐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역대 가장 강력한 규제 중 하나로 평가받는 지난 2018년의 9·13 대책이 그랬다. 고강도 대출규제 등을 포함하면서 급등하던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부동산 가격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 말았다. "대출규제는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을 바꾸는 것뿐, 집값의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하는 이유다.
결국 (김용범 실장의 언급대로) '닥치고 공급'이 나와야 하고, 정교한 세제가 함께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래서 절박한 심정으로 여전히 심상치 않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토론회가 '답정너'가 아니길 바란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금융부장·마켓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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