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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칼럼] 당신이 피해자라면

"보완수사권 폐지 개정안 발의
피해자 인권 간과, 위헌 소지
검찰개혁 목적에 너무 치중돼
경찰 수사 허점 있을 가능성도
검찰 크로스 체크로 부실 방지
장윤기 사건 등 사례들 참작을"

[손성진 칼럼] 당신이 피해자라면
논설실장
"우리는 선생님 편도, 학생 편도 아닙니다. 오직 피해자 편에만 섭니다." '참교육'이란 드라마에서 교권보호국의 감독관인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마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려는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최근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보완수사권 폐지의 피해는 범죄 피해자들에게 돌아간다.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당할 수 있는 것이다.

형사사건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고 그 사이에 범죄를 수사하는 검찰 또는 경찰이 있다. 경찰이 1차 수사를 하고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검찰이 판단하면 보완수사를 하는 게 현재의 형소법 체계다. 보완수사권까지 박탈하려는 것은 비대한 검찰의 힘을 완전히 빼겠다는 취지다.

권위주의 시대의 검찰은 정권 유지의 도구 역할을 했다. 그 보상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군림했다. 검찰권은 하늘을 찌를 듯했고 공룡과도 같은 거대한 권력조직이 되었다. 검찰이 정권과 야합하여 권력을 남용하는 일이 더는 없도록 마지막 남은 작은 칼 하나까지 빼앗겠다는 게 보완수사권 폐지 목적이다.

그러나 보완수사권 폐지는 위헌 여지가 다분하다. 먼저 법익 균형에 반한다. 검찰개혁에 치중한 나머지 피해자 보호라는 법익을 무시하고 있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할 기회를 빼앗아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영장 청구권을 검사에게 부여한 헌법 규정과도 어긋난다. 보완수사권은 검찰권 약화라는 정책적 목적을 위해 피해자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도외시한다.

수사도 인간이 하기에 완벽할 수 없다. '형사 콜롬보'처럼 뛰어난 형사라도 간과하고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지난해 검찰이 요구한 보완수사는 9만3000여건이다. 경찰 송치 사건의 10.7%다. 검찰이 부실하고 미진한 수사라고 판단한 사건이 그만큼 된다는 얘기다. 그만한 숫자의 피해자들이 연관돼 있다.

때마침 장윤기 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김창민 영화감독 사망 사건이 터져 나왔다. 검찰이 보완수사로 파묻힐 뻔한 진실을 밝혀낸 사건들이다. 사건을 검경이 크로스 체크하면 허점을 찾아내 실체적 진실에 다가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완수사의 개념을 그렇게 봐야 한다. 검찰과 경찰은 상하 관계라기보다 이처럼 보완 관계이면서 견제 관계다. 검찰은 경찰 수사의 감시자 역할도 할 수 있다. 재판은 3심제를 두어 피고인에게 항변권을 준다. 보완수사권은 일종의 수사 2심제인 셈이다.

경찰의 수사 역량은 객관적으로 검찰에 뒤진다. 경찰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검찰의 역량은 상대적으로 뛰어나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검찰이 쌓아온 수사력과 노하우가 멸실된다는 측면에서는 아쉽다.

도덕성에서도 경찰의 신뢰성은 떨어진다. 경찰이 고의로 진실을 외면하고 가해자의 편을 들 가능성도 있다. 제2, 제3의 장윤기 사건이 있을 수 있다. 권력의 압력과 금전의 유혹에 경찰은 취약하다. 고위직인 전직 경찰청 차장이 10억원을 받고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15년을 구형받았다. 하나의 사례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밀어붙인 강경론자들은 자신 또는 가족이 피해자가 되었다고 가정해 보라. 절절한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애를 써 보라. 여당 주축 인사들 중에는 시국 사건에 연루되어 검찰의 조사를 받은 이들이 있다. 독재에 맞서다 서슬 퍼런 검찰로부터 모욕적이고 가혹한 행위를 당했을 수 있다. 검찰개혁에 이토록 철저한 이유일 게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들도 피해자였다. 가해자는 물론 검찰이다. 같은 피해자로서 피해자의 마음을 모를 리 없다. 어디 하소연할 곳 없는 그들의 막막함을 잘 알지 않겠나. 야당이 예로 든 것처럼, 아이로니컬하지만 박종철 사건의 진실을 밝힌 것도 검찰이다.

검찰의 수사 기능을 박탈하고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은 이미 정해진 길이다.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준다고 검찰개혁의 큰 틀을 해치지는 않는다. 보완수사권은 대체로 일반 형사사건, 즉 성폭력이나 폭행, 살인 등에 적용된다. 권력에 아부하고 시류에 편승하는 검사들과는 무관하다. 묵묵히 정의와 실체적 진실을 바라보며 일하는 검사들이 다수다.

검찰 권력의 씨를 말리는 것보다 새로운 권력의 발아(發芽)를 경계할 때다. 경찰이 검찰의 자리를 대신하여 또 다른 공룡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문제는 하부 권력 자체가 아니다. 핵심은 상위 권력이다. 그 조직을 관장하는 정권에 모든 것이 달린 것이다.

[email protected] 논설실장